네트워크 커뮤니티 時代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디지털산업은 효율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내는 데 집중돼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등장해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이제는 기술들을 적절히 응용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내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웰빙` 열풍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디지털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만족`과 `개인`이 인터넷산업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인터넷산업은 그동안의 움직임과 달리 개인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동향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인터넷은 나를 감추고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매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웰빙을 지향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제는 사용자가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인터넷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인터넷산업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한국사회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 해도 3.6명만 거치면 다 알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던 인적 네트워크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ㆍ과학적으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미국 내의 모든 사람들이 단지 6단계의 연결로 타인과 분리돼 있다는 `분리의 6단계(Six Degrees of Separation)`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새로운 비즈니스 도구로 부상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비즈니스는 지난 2002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는 네트워크 서비스 열풍이 불고 있다. 각종 언론에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미국의 한 경제전문지는 지난해 말 `사회적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을 올해의 기술로 선정했다. 웹 기반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미팅 서비스, `프렌즈터닷컴(Friendster.com)`이나 `라이즈닷컴(Ryze.com)` 등과 구성원들간 인적 관계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인 `비저블 패스(Visible Path)` `스포크(Spoke Software)`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인터넷을 통해 지인(知人) 네트워크를 구성해 이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지인들의 변경된 연락처를 수정해주는 자동주소록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었고, `나`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상에 개인의 생각 등을 표현하는 공간인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개인의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온라인으로 옮겨 또 다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추세다. 블로그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간 연결이 쉽고 링크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이웃` 개념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을 볼 때 미국의 네트워크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옮겨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만족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르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주류를 이뤘던 인터넷 문화에 또 다른 트렌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훨씬 발달해 있다는 것은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학연ㆍ지연 등 사회적 네트워크 연결에 대해 관심이 많고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가 이미 활성화돼 있는 등 네트워크를 적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 서비스들은 온라인상에서의 사용자 니즈에 기반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시하고, 오랫동안 학문적 연구를 충실히 해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한때 지나가는 유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인터넷 문화와 흐름으로 볼 때 올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커뮤니티 관련 서비스가 엄청나게 늘어나 2004년의 인터넷 비즈니스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네트워크는 `차세대 커뮤니티 모델`이라고 불릴 만큼 검증된 기법으로 단순한 미팅 서비스, 지인 네트워크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요한 툴로 정착하게 될 것이다. <김범수 NHN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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