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그리스… IMF·미국 재무부 긴급 접촉

그리스 "예정대로 부채 상환"
치프라스 총리, 푸틴과 회동 앞둬
러, 그리스 구원투수 나설지 주목

그리스가 오는 9일(이하 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상환 시한을 앞두고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분할금(72억유로)을 받기 위한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14일 공무원 월급·연금 지급도 앞두고 있어 현금 고갈 문제가 불거졌다. 궁지에 몰린 야니스 바루파키스(사진) 그리스 재무장관은 협상을 위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및 미국 재무부 간부들과 긴급 회동할 예정이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바루파키스 장관이 5일 미국 워싱턴DC 에서 라가르드 총재를 만난다"며 "그리스 개혁안이 비공식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그리스 관리는 바루파키스 장관이 6일 네이선 시츠 국제 담당 차관을 비롯한 미 재무부 관리들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9일 IMF에 4억5,000만유로(약 4,920억원)를 상환해야 하는 그리그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 관계자가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9일 IMF 자금 상환보다 14일로 예정된 그리스 공무원 월급 지급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리스가 IMF 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1일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부 차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 "9일이면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며 "그리스 개혁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3일 "예정대로 9일까지 IMF에 부채를 상환할 것"이라며 "공무원 월급과 연금을 포함해 지출해야 할 돈이 있다"고 디폴트 우려 진화에 나섰다. IMF도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에 실망해 협상단이 일시적으로 아테네에서 철수했다는 독일 슈피겔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리스는 8∼9일 열릴 유로 재무차관(유로워킹그룹) 회동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한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8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가 그리스의 구원투수로 나설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협상의 지렛대로 러시아 카드를 활용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치프라스는 5월 러시아 승전 70주년 행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도 모스크바를 방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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