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재앙] 대학생 1,432만명 '인재 공장'… "인구가 최고 밑천이죠"

3부. 세계 인구대전 현장을 가다 <3>11억 인도 '돈'이냐 '짐'이냐
교육열에 젊은 노동력 세계최대 실리콘밸리 CEO 40% 차지등
매년 엔지니어 10만명 해외진출

지난 9월1일 인도 올드델리에 위치한 델리대에서 학생들이 중앙도서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9월1일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인도공과대학교(IIT) 델리캠퍼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와 국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IIT에 떨어져서 MIT에 간다'는 말을 인용하며 인재 양성소로서의 학교의 위상에 뿌듯해 했다. 본관 건물 앞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이곳에서 인도의 인재와 미래가 대량 생산되고 있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같은 날 올드델리의 델리대학교에서 만난 이 학교 한국학과 김도영 교수 역시 "인도는 품질 좋은 인재 씨앗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자원을 가진 인도는 미래 사회의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인도 성장 최대 기반은 11억6,000만 인구=IIT를 비롯해 델리대와 인도경영대(IIM) 등 인도 유명 대학들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명문대' 반열에 이름을 올려 매년 치열한 입학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도 인구는 세계 인구의 6분의1에 가까운 11억6,000만명. 그러나 '정확한 추계가 어려운 현실에서 이미 인도 인구가 13억 중국 인구를 넘어섰을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내 유명 대학들은 '인구 공장'에서 벗어나 '인재 공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인구 강국 인도의 핵심 공작소가 되고 있다. 인도 대학허가위원회(UGC)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는 단과대와 종합대를 포함해 총 2만769개의 대학이 있다. 학생 수만 해도 1,432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수십 개의 대학을 더 신설할 계획이다. 매년 10만명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 진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도의 인구는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백영선 주인도 한국대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40% 이상이 인도인이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의 30% 이상 역시 인도인"이라며 "인도 경제의 고속성장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젊고 풍부한 노동력, 고급 기술인력 등 인구 요소를 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20년 넘게 인도에 살고 있는 김 교수도 "인구는 인도 미래의 확실한 밑천"이라며 "인도 특유의 토론문화가 학교생활에도 투영돼 활발한 의견교류가 이뤄지고 있고 이것이 인도 인재양성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실력이더라도 토론문화에 익숙한 인도인들이 논쟁을 리드해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본재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큰 줄기를 엮어내는 능력, 영어실력까지 더해져 다른 나라 인재들과 차별화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가난 탈피는 교육뿐…교육열 후끈=최근 한껏 달아오른 인도의 교육열도 '인재양성'에 한몫하고 있다. 현지에서 체감한 교육열은 '교육 1번지 대한민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IIT를 비롯한 델리대 등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명문대는 매년 입학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카스트제도 아래서 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축적한 부를 자녀 교육에 쏟아붓고 있고 (이미 법으로 금지됐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카스트제도 하에서) 불가촉 천민 계급들도 '신분제를 벗어나는 길은 교육뿐'이라는 생각에 파출부나 막노동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자녀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천민 출신이지만 오로지 능력 하나로 최고위직에 오른 KG 발라크리슈난 현 대법원장과 코체릴 라만 나라야난 전 대통령이 롤모델이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대입시험(board examination)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유명 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사교육 기관'이 대학가 주변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대입시험 성적을 비관한 우등생들의 자살 소식과 이에 대한 우려가 신문 사회면을 종종 장식하고는 하며 언론에서도 입시 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대학과 학과, 관련 직업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다. ◇젊은 노동인구 세계 최대=젊은 노동인구가 많은 것 역시 인도를 인구 다국이 아닌 인구 강국으로 손꼽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도의 인구구조는 2008년 기준으로 0~14세가 전체 인구의 31.5%, 15~64세 63.3%, 65세 이상이 5.2%로 생산활동인구의 비중이 크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오는 2030년 인도 인구의 68%에 달하는 9억8,600만명이 경제활동연령에 이르기 때문에 인도가 세계 최대 규모의 노동력을 갖추게 되고 일자리 확보가 전제됐을 경우 이로 인해 투자수준 및 저축률 등이 늘어나 자연스레 국가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폭넓은 인재풀'에 이어 10억 내수시장이 결합되면서 엄청난 시너지까지 발휘돼 인도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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