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회사 이름이 보통명사化 글로벌 브랜드톱5 해당제품도 '부동의1위' 우리나라는 고유브랜드 수출품목 40% 그쳐 전문가 "한국도 '브랜드CEO' 많이나와야"
입력 2005.11.20 16:02:38수정
2005.11.20 16:02:38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자] 세계적인 기업은 뭔가 다르다
제품·회사 이름이 보통명사化 글로벌 브랜드톱5 해당제품도 '부동의1위' 우리나라는 고유브랜드 수출품목 40% 그쳐전문가 "한국도 '브랜드CEO' 많이나와야"
뉴욕 특파원 hnsj@sed.co.kr
『 우리 경제는 어느덧 세계 무대를 상대로 '인지도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안타깝게도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는 글로벌 톱의 수준에는 못미친다. 특히 국가 단위의 총합적 이미지인 '메이드 인 코리아'는 '메이드 인 저팬'이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에 비해 글로벌 인지도에서 한참 뒤쳐져 있다.
서울경제는 2005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맞춰 우리 기업들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하며, 나아가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봤다. 이 같은 고민의 해법을 찾기 위해 초일류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세계적인 기업들의 면면을 살피고, 이를 토대로 우리 기업들이 얻어낼 수 있는 '한국형 경쟁력'의 팁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탐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에 몰리는 것은 아마존이 책값이 더 싸거나 책 사기가 수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아마존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의 사장 제프 베조스는 이 같은 신념으로 브랜드경영에 역량을 집중했다. 아마존은 그 결과 지난해 41억6,000만달러의 브랜드가치를 인정받아 전년(34억달러)에 비해 무려 8억달러 이상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책 한권의 마진을 후하게 5달러로 쳐도 무려 1억6,000만권의 책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무형의 ‘브랜드’를 통해 창출해 낸 것이다.
◇1등만이 시장을 선점한다=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은 “인텔의 센트리노라고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니다. 바로 인텔이기 때문에 각광을 받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인텔 못지 않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좀처럼 1위 자리를 뺏기지 않는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브랜드는 이처럼 생명력이 강하고 질기다.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은 ‘구글링’(구글로 검색한다)이라는 동사를 파생시켰고 워크맨(휴대용카세트)ㆍ제록스(복사기)ㆍ바리캉(이발기) 등은 제품이름 또는 회사이름 자체가 해당부문을 대표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해당제품의 이름을 선점한 이들 브랜드들은 오래도록 시장에서 왕노릇을 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올해 선정한 코카콜라(1위ㆍ675억달러)ㆍ마이크로소프트ㆍIBMㆍGEㆍ인텔 등 ‘글로벌 브랜드 톱5’들이 해당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만 봐도 브랜드의 위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우리나라는 올해 삼성전자(20위ㆍ149억달러)와 현대차(84위ㆍ35억달러), LG(97위ㆍ26억달러)가 100대 브랜드에 올라 지난해에 비해 크게 약진했지만 아직은 세계 12위 경제권의 위상과는 거리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이 고유브랜드를 수출하는 건수가 전체 수출품목의 40%수준에 맴돌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의 ‘브랜드 경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삼성 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메이드인 코리아’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는 점. 세계 최대 가전제품 유통회사인 베스트바이의 론 보에이 수석부사장은 “베스트바이는 삼성 브랜드 인지도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에 놀랄 뿐”이라며 “우리는 삼성의 제품과 함께 삼성 브랜드를 북미시장 소비자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CEO’ 나와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브랜드 경영’에 소홀한 편이다.
반면 일본 도요타의 경우 CEO가 주도하는 브랜드 전략 아래 15년이라는 시간과 공을 들여 ‘렉서스’를 미국시장에서의 명품 자동차로 자리를 굳혔다. 도요타의 제품개발 직원들이 “놀고 먹으라”는 특명을 받고 6개월간 LA에서 신나게 놀고 먹다 돌아온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이들은 경쟁차종인 벤츠나 BMW를 타고 즐기면서, 그들을 뛰어넘을 ‘렉서스’를 감각적으로 익히고 돌아온 것이다. 명품브랜드를 만들겠다는 CEO의 강력한 의지와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브랜드의 가치를 잘 알고 발전시킬 수 있는 CEO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나운봉 경희대 교수는 “한국에는 유독 회계사 출신의 CEO들이 많은데 돈 관리만 잘해 어디에 쓰려는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나라가 정말 다시 서기 위해서는 ‘브랜드 CEO’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정상범차장(팀장) ·문성진차장·이진우·김현수·김홍길·민병권기자 고진갑 베이징특파원·서정명 뉴욕특파원 hnsj@sed.co.kr
입력시간 : 2005/11/20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