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새로운 자금운용처를 찾아 현지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는 해외 연기금이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말레이시아 공적연금인 종업원퇴직적립기금(EPF)이 일본 수도권인 사이타마현과 지바현 소재 5개 물류시설을 140억엔(약 1,300억원)에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EPF는 총자산이 약 20조엔(186조원) 규모인 세계 10위권에 드는 공적연금으로 앞으로 2년 내 일본 부동산 투자 규모를 500억엔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적 저금리 추세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연기금이 각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중국 시장이 주요 투자처로 각광 받아왔다. 특히 아시아계 공적연금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3년 캐나다국민연금기금(CPP)이 제너럴일렉트릭(GE) 계열사인 부동산 업체와 손잡고 도쿄도 내 사무용 건물에 400억엔을 투자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기금도 일본 시장에 진출하자 시장에서는 상승 기류를 탄 일본 부동산으로 해외 연기금 유입이 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수도 도쿄의 부동산 가격은 '아베노믹스'의 돈 풀기 정책과 지속되는 젊은 인구 유입이 맞물려 향후 2~3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CNBC는 23일(현지시간)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하향세를 유지해온 일본 땅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 미즈호신탁은행 계열 도시미래종합연구소는 지난해 저금리와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해외 자금의 일본 부동산 투자가 전년 대비 2.7배에 달하는 9,817억엔으로 급증, 처음으로 부동산 총취득액의 2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의 후쿠시마 다이스케 일본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해외자금 유입과 도심 인구집중 현상으로 도쿄의 땅값은 연간 10% 정도의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며 "향후 2~3년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NLI리서치가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시장 전망이 '좋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섰다.
다만 모처럼 찾아온 일본 부동산 시장의 호기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NLI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는 2016~2017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