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막바지로 치닫던 16번홀(파5). 182야드를 남긴 타이거 우즈(34ㆍ미국)가 세번째 샷을 준비했다. 연못을 넘겨야 하는 데다 깃대와 연못 사이 그린 여유가 5m도 되지 않아 정교한 샷이 요구됐다. 8번 아이언으로 친 볼은 물을 건너 홀 왼쪽에 맞고 한두 차례 바운드 된 뒤 자석에 끌리듯 홀을 향해 후진하더니 한뼘 옆에 멈춰 완벽한 버디 기회가 됐다. 반면 파드리그 해링턴(38ㆍ아일랜드)이 그린 너머 러프에서 친 네번째 샷은 그린을 지나쳐 워터해저드에 빠져버렸다. 높이 띄워 홀에 바짝 붙이려 했지만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 이때까지만 해도 1타 차 선두였던 해링턴은 결국 트리플보기(7온1퍼트)를 적어내 무너지고 말았다. 각각 이번 대회 최고의 샷과 최악의 샷이 나오면서 승패가 갈린 장면이었다. ‘골프황제’ 우즈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만 7번째 우승컵을 수집하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70승 고지에 올랐다. 우즈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ㆍ7,40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여 우승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 3타 차 열세를 뒤집고 2주 연속 우승을 따낸 우즈는 올해 5승 가운데 3승을 역전극으로 장식하며 통산 승수에서도 2위 잭 니클로스(미국)의 73승에 3승 차로 따라붙었다. 최다승은 샘 스니드(미국)의 82승. 우승상금 140만달러를 챙기면서 상금랭킹 1위도 굳게 지켰다. 특히 이번주 PGA챔피언십에서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 우승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우승컵의 향방은 15번홀까지 안개 속이었다. 3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우즈가 2번홀(파5) 이글 등으로 2타 차로 앞서 나가는 듯싶더니 해링턴이 11번홀 버디로 13번, 14번홀 연속 보기를 범한 우즈를 다시 1타 차로 추월했다. 하지만 운명의 16번홀에서 순식간에 3타 차로 순위가 뒤집혔다. 우즈는 마지막 18번홀(파4)도 버디로 마무리, 공동 2위 해링턴과 로버트 앨런비(호주ㆍ이상 8언더파)를 4타 차로 따돌렸다. 한국(계) 선수 가운데는 이날 4타를 줄인 양용은(37ㆍ테일러메이드)이 공동 19위(1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