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5%로 낮춘 데 이어 8일 국제통화기금(IMF)도 3.9%에서 3.7%로 내렸다.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는 한국은행 역시 4%에서 다소 후퇴한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는 반듯한 성장궤도에 진입한다는 낙관적 시나리오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성장률 하향조정은 선진국 경제회복이 더딘 게 결정적이다. 신흥국 경기둔화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그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여건상 세계 경제 회복세 둔화는 치명적이다. 수출이 그런 대로 버텨주고 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내리 악전고투한 탓에 이제는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몇몇 수출 대기업의 화려한 성과에 따른 착시효과를 걷어낸다면 거시경제 전반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성장률 3.9%를 고수해 어리둥절하게 한다. 정부 전망치는 주요 국내외 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정부 전망치가 다분히 목표 성격이 짙다지만 문제는 잘못된 전망에 근거하다가 거시경제와 나라살림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막연하게 회복되고 있다며 낙관하다 정책대응에 실기하고 결국 재정운용에도 차질을 빚은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이맘때 4% 성장 전제하에 예산을 편성했다가 세수부족에 따른 세입추경을 편성한 게 불과 몇개월 전이다. 이대로 간다면 또다시 추경을 편성하는 재정 악순환에 빠질 공산도 배제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대외적 리스크 요인이 많을수록 냉정하고 객관적인 경기진단이 필수적이다. 재정여건이 악화일로라면 더욱 그렇다. 성장률 전망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어야 옳았다는 얘기다. 연말에서야 뒤늦게 조정한들 이미 버스는 떠난 뒤다. 내년 나라살림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목표를 따라 허우적거리는 비상경제 체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