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9일 진행된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은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 속에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자정께까지 이어지는 논의 속에 남북 장관급회담의 12일 서울 개최라는 큰 틀에는 이견이 없어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이 치열하게 오갔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회담장에 가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모인 우리 측 인사들의 긴장감은 상당했다. 지난 2011년 2월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협의하기 위한 제39차 남북 군사실무회담 이후 2년4개월 만의 남북 간 접촉인지라 당국자들의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판문점으로 출발하기 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신에 입각해 신뢰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 회담에 임할 것”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양측은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밤 늦게까지 논의를 벌였지만 회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은 이날 오전9시43분께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내 우리 측 인사 3명과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천 수석대표는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북측 인사들을 맞았고 김 수석대표는 “몇 년 만에 진행되는 회담으로 날씨에 개의치 않으며 판문점 평화의 집은 처음”이라고 화답했다.
10시13분께 천 수석대표는 “실질적으로 현안을 다뤄야 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니만큼 바로 협의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고 북측 대표단도 이에 즉각 호응하며 회담이 시작됐다. 양측 수석대표는 이날 오전 50분가량 전체회의를 진행한 뒤 오후2시부터는 여섯 차례 이상의 수석대표 간 회의를 이어가며 합의문 의제를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양측이 세부사안에 대한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장관급회담 개최라는 큰 틀에서 차분하게 협의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까지 인근 해안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회담장 바깥에서는 여전히 기싸움을 벌였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원산 앞바다에서 신형화기를 시험발사했으며 8일에는 서해안에서 해안포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