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중단 등 제도 보완/투기성투자 크게 줄어/전문가들 “가능성 희박”지난 87년 10월 발생했던 이른바 「블랙 먼데이 」와 같은 증시대폭락사태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있을까. 블랙먼데이 10주년을 앞두고 일단 전문가들은 그같은 상황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그때와 상황이 비슷한 점이 많아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7년 뉴욕 증권시장은 대호황을 누리다가 8월말을 고비로 서서히 빠지기 시작해 10월19일엔 하루동안에 무려 5백8포인트(22.6%)나 폭락, 미국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시 폭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이른바「컴퓨터 프로그램 매매」. 증권회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주가가 일정수준이상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는데 이에 의존한 결과 주가하락시에 모든 기관투자가들이 일제히 주식을 매각해 폭락을 부채질했다. 또한 뉴욕증권거래소당국이 매매량 급증에 대한 제동장치를 갖고 있지 못했고, 주식브로커들은 투기적차익만을 노리고 차입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던 점이 폭락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앞으로 증시폭락의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골드만 삭스사의 배리 위그모어 공동대표는 『누가 폭락을 예상하고 돈을 건다면 반대편에 걸겠다』고 반론을 편다. 퍼스트알바니의 휴 존슨 수석투자분석가는 『다시 생길 수는 있지만 그 때와 똑같은 모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락의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폭락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보는 건 증시의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폭락의 원인은 크게 나누면 주가의 과대평가와 제도적미비등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두가지 원인 모두 87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뉴욕증권거래소는 당시의 재앙을 교훈삼아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하루 거래량이 5억주를 넘어서 시장이 이상과열을 보일 때는 매매일시중단 등 거래소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 주가지수가 하루에 50포인트 이상 급변하면 프로그램매매를 정지시키는 제도도 마련됐다. 뉴욕증시와 발맞춰 나스닥도 제도를 많이 개선한 상태.
또한 주가도 당시에 비해 그다지 과열이라고 보기 어렵다. 87년당시 주가는 기업내재가치기준으로 30%나 과대평가돼 있었으나 지금은 22% 수준. 게다가 당시 과열증시를 초래한 요인중의 하나였던 인수 및 합병(M&A)붐도 87년 당시만큼 투기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의 자세도 상당히 변했다는 분석이다. 87년엔 투기판같은 분위기속에서 누구나 단기차익을 노렸다면 지금은 은퇴나 자녀교육 등에 대비한 장기투자가 많다는 것이다.
증권시장의 한 전문가는 『폭락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변상황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라고 요약한다.<최성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