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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8월 4일] 미디어법이 놓친 것들
이상식(계명대 교수·미디어영상학)
지난 7개월 동안 온국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디어법이 과도한 비용을 치르고 국회를 통과했다. 지금도 국민들은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실망감과 함께 걱정스러운 눈으로 국회의 파행을 바라보고 있다.
'아날로그방송법' 대수술 더 시급
한나라당이 제안한 신문과 방송의 겸영, 대기업의 방송참여 허용이라는 입법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발로 여권이 기대한 산업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상파 방송 지분의 10% 이내 소유, 오는 2013년까지 겸영 금지 등의 규제로 투자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다. 방송사를 설립하면서 다수를 기존 방송사의 경력직원으로 충원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민영방송 출범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산업적 의미보다는 현정권 출범에 기여한 보수언론과 대기업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국회는 전문적인 식견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전문성 부족은 신문 구독률을 방송 시청 점유율로 환산해 여론의 지배력을 규제한다는 조항에서 잘 나타난다. 정보매체와 오락매체의 차별적 특성, 신문 구독률과 신문 점유율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신문은 정보매체이지만 방송은 오락매체여서 양 매체의 합산 점유율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시청 점유율은 신문 점유율에 해당하기에 신문 구독률이 아니라 점유율을 시청 점유율로 환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론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방송 시청 점유율은 보도 장르에 국한해야 한다.
여당은 지엽적 문제에 매달려 미디어 산업의 비전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미디어법 개정보다 2012년 본격적인 디지털방송 시대에 앞서 현행 아날로그 방송법을 디지털 방송법으로 근본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지금까지 미봉책으로 아날로그 방송법을 땜질해서 대응해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 지상파 방송의 다채널 편성(MMS)을 위한 허가제도, 다매체시장 획정, 공정경쟁의 법제도 정비 등도 시급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융합에 대처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지난해 발의된 방송통신기본법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ㆍ방송 겸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산업효과가 큰 방송통신 융합산업을 위한 사업법 제정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한시적 특별법인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이 기존 방송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크게 위협받고 있는 케이블TV나 지역방송의 지역성 이념 재정립도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법 통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내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시청자의 선택 다양성과 매체산업의 발전 의도와 달리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것이다. 제한된 국내 방송광고 수입에 비해 방송사 설립과 디지털 방송을 위한 투자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러한 이유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정부는 방송사들의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의 현실은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신생 방송사 때문에 시청률 경쟁은 심해질 것이고 시청자 선택 다양성이라는 막장 드라마류의 선택 다양성을 의미한다. 민영 미디어렙의 등장도 시청률 경쟁을 자극해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방송통신융합사업법'도 뒷전
이렇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들을 모두 접어둔 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려 수출입에 악영향을 미친 미디어법은 조만간 다시 대폭 개정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너무 많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