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실속없이 기대만 높다

허가면적 등 선행지료 상승세 낙관 불구
개발이익환수 피하려 임감선정등 부풀려
"전망은 좋아도 피부로 못느껴 괴리 현상"

행정도시 등 잇따른 청사진이 불거져나오면서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경기상황은 바닥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괴리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최근 브리핑에서 “건설투자 부진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원인”이라며 “건설경기 선행지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드러냈다. 건설산업을 경기회복의 구원투수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장밋빛 전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허가면적이 지난해 1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 석달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 정부의 한 당국자는 “잇따른 투기억제 대책에도 선행지표가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상황은 긍정적 기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현장 경기를 보여주는 가늠자인 건설기성의 경우 지난 1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지만, 이는 물가상승분이 감안되지 않은 경상 시장가격으로 1ㆍ4분기 물가상승률 3.2%를 고려하면 도리어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건설기성이 2월을 제외하고 4% 이상 상승했으나 1ㆍ4분기 성장률 발표 결과 건설투자가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건설경기 회복 징후로 정부가 제시하는 허가ㆍ수주면적과 주택건설 실적증가 수치도 속내를 보면 정상적인 지표로 보기 어렵다. 업체들은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5월 시행) 등을 피하기 위해 앞다퉈 일감을 미리 선점했고 착공시기를 대거 앞당겼다. 특히 재개발ㆍ재건축은 사업 착수시점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 돈(건설기성)으로 연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괴리상황은 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는 건설경기의 전망지수에서도 나타났다. 지수는 3~5월 사이 3개월 연속 100을 웃돌거나 육박했다. 그러나 3ㆍ4월 실적지수는 전망지수보다 각각 22.7%포인트ㆍ31.1%포인트 낮았다. 실적지수와 전망지수가 이처럼 2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은 2003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탓에 건설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2003년 20.2%, 2004년 2.8%에서 올 1ㆍ4분기에는 -6.7%로 추락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혁신도시, 건설투자 육성 등 정부의 잇단 청사진에 시장의 기대가 높다 보니 전망은 좋게 나오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행지표가 상승세를 타도 하반기에 건설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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