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집단대출' 갑자기 늘어난 까닭은

금융권 건설 구조조정 우려
쌓여가는 미분양 해소 위해
직원 명의로 계약서 작성등
밀어내기식 분양 가능성 커


'주택담보대출이 왜 급증했지?' 최근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시중은행에 법 위반이 드러날 경우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지난 6월 6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전월보다 1조원 이상 급증한 데 따른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6월 기준 주택담보대출잔액은 203조5,176억원으로 1조1,169억원이나 늘었다. 5월 증가액 6,142억원보다 5,000억원 이상 확대된 것으로 한달 만에 대출잔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만이다. 특히 금감원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지 않는 아파트 중도금ㆍ잔금 등 '집단대출'의 법 위반 여부를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미분양이 계속 줄어들지 않고 있고 신규분양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데도 집단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집단대출이 늘어난 것은 최근 금융권의 건설업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분양이 많을수록 신용위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일단 직원 명의로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밀어내기' 분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용인 A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이 아파트의 분양권을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매입한 C모씨는 매도자 K씨가 자신의 계좌가 아닌 건설사 계좌로 계약금과 잔금을 내달라는 말에 의아해했다. C씨는 결국 나중에 K씨가 바로 건설사 직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가 밀어내기로 K씨 명의로 계약했던 물건을 샀던 셈이다. 충북의 B아파트는 회사 측이 단 100만원의 계약금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례다. 이 아파트의 계약금이 이처럼 터무니없이 낮은 것은 미분양분을 직원 명의로 바꾸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미분양 물건 상당수가 직원 명의로 계약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밀어내기 분양분을 감안하면 실제 미분양 물량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밀어내기식 분양으로 일단 분양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자 명의로 중도금ㆍ잔금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단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우회적인 가격 할인을 제공하기 위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활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직접 분양가를 할인할 경우 기존 계약자의 반발 등 민원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일단 직원 명의로 분양계약을 한 뒤 가격을 크게 낮춰 제3자에게 분양권을 되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유독 많이 쏟아져 나오는 단지는 업체가 이 같은 편법 할인 분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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