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LH 지역사업 축소에 전전긍긍

與 "사업 대폭수정… 국고지원 어렵다" 입장속
지역구의원들 개발사업 백지화·중단막기 로비
與 "前정부 때문" 野 "통합이 원인" 네탓 공방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채 해결을 놓고 정치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LH가 지역에 벌인 사업축소가 우선이라는 원칙 앞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주민 반발을 이유로 맞서는 형국이다. 의원들은 그 대신 저금리 갈아타기, 수익 사업 허용 등 백가쟁명식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문제는 점점 꼬여가는 인상이다.

국회에서 문제 해결의 키를 잡고 있는 한나라당은 일단 LH가 자구노력을 전제로 정부와 협의해 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업축소는 불가피 하며 국고 지원은 현재로선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1일 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와 협의가 끝나면 LH는 사업을 조정하거나 대폭 수정할 것"이라면서 "LH는 보유재산이 충분해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하지 않으며 다만 사업을 한꺼번에 벌여놓아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혀 정부의 국고 지원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러나 회의가 비공개로 돌아선 뒤 당 제1사무부총장인 정희수 의원 등이 사업 축소에 반대했다. 정 의원은 ▦조달금리가 국내보다 낮은 해외 자금 빌려 부채 상환 ▦연ㆍ기금의 LH 투입 ▦중대형 아파트 건설 허용을 통한 LH의 수익 증대 등 방안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사업 중단이나 포기는 국민의 신뢰 관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장광근 의원은 산업단지나 보금자리 주택 등 사업 자금을 정부가 보증하는 관련법을 내놓았고, 정갑윤 의원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병한 부분 중 주택공사를 민간에 이양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국회차원의 특위를 설치해 지역민 보상 대책과 국고 지원을 논의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지역구에서 LH가 계획하고 있거나 벌여놓은 사업의 백지화 또는 중단을 막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도 치열하다. 경기 북부 지역의 모 의원은 토지 보상을 미루는 LH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해양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 중이고,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돈이 아닌 땅으로 보상을 받는 토지 환매 방식으로 사업추진을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H 부채에 대한 여야간 책임공방도 점입가경이다. 고흥길 의장은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두 공사를 통합해서 생긴 부채라고 몰아세우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 벌여놓은 신도시, 혁신도시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 수석 부의장이 "LH는 선(先) 구조조정-후(後) 통합'의 방법으로 나가야 했으나 서둘러 통합돼 두 사업 영역이 동반 부실화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지적한 점을 맞받은 것이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역구 의원입장에서 LH의 사업 중단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면서 "주민들은 LH를 정부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되면 원인이 전 정권 탓인데도 (정부ㆍ여당에) 비난 여론이 인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열리는 당 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