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중국 등 해외에서 걸려오는 모든 전화번호 앞에 '009'와 같은 국제전화 식별번호가 붙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통신사업자들이 발신번호 조작 행위를 기술적으로 막도록 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전화번호 조작사기 대부분이 해외발신이라는 점에서 휴대폰이나 집전화 화면에 뜨는 모든 국제전화번호 앞에 001ㆍ002ㆍ005ㆍ006ㆍ008ㆍ009ㆍ00755ㆍ00770 등 식별번호를 띄우도록 했다. 가령 휴대폰 창에 '아빠' '딸' 등 연락처 별칭이 뜨더라도 밑에 같이 나오는 번호가 '00X' 번호로 시작되면 보이스피싱 전화라고 의심해야 한다.
방통위는 기존 국제전화 식별번호가 없는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공통식별번호 '009'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해외발신 전화번호가 경찰청ㆍ은행 등 공공기관의 전화번호로 바뀌어 들어오면 사업자가 이 전화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번호차단 데이터베이스를 통신사업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당초 방통위는 전화번호 조작방지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이번에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만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더라도 당장 처벌조항은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해 오는 8~9월 법 통과가 예상되며 그 이후 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09년 621억원(6,720건)에서 2010년 554억원(5,455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019억원(8,244건)으로 다시 크게 늘었으며 올 들어서도 5월 말까지 피해액이 342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