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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거시경제 양대산맥 수장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주요 간부들을 대동한 채 회동했다. 양측이 간부를 대동한 채 만난 것은 최 경제부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21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최근의 양측관계는 최 경제부총리가 금리 인하를 바라고 이 총재가 화답하면서 비교적 끈끈했으나 과거 양 기관의 관계는 달랐다. 서로의 곰탕에 파를 올려주고 폭탄주 회동까지 했지만 '물과 기름'처럼 틀어지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3년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전 한은 총재 때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인 현 부총리는 취임 초인 4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재는 외면했고 한 달 뒤인 5월에야 금리를 내렸다. 금리 논쟁이 마무리된 6월 두 수장이 서울 명동 곰탕집에서 만나 서로의 곰탕에 파까지 얹어줬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갈등을 빚었다. 강 전 장관은 정부가 통화·환율정책에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이 전 총재도 한은 독립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2008년 3월 두 수장이 조찬회동을 거치며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불과 보름 뒤 강 전 장관이 "뭐든지 과유불급"이라며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은을 비판, 관계는 계속 얼어붙어 있었다.
2005년에는 한덕수 전 장관과 박승 전 총재가 4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 회동'까지 하며 협력을 강조했지만 그해 9월부터 이견을 드러냈다. 9월 박 전 총재는 "현재 세계적인 저물가는 중국이 값싼 공산품을 공급하는 데 따른 위장된 저물가"라며 "물가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닷새 후인 13일 한 전 장관은 "현재 물가가 대단히 안정돼 있으며 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뒤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견해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