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 김준기 회장의 농구 삼매경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강조하며 경영의 전면에나서는 것을 삼가해왔던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작년 가을 농구단 인수후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단을 격려하는 등 활동의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작년 10월 강원도 원주 연고의 동부화재 프로미농구단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축사와 시구를 한 뒤 최근까지 원주 동부 농구단의 경기중 상당수를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람했다. 김 회장은 특히 구단측의 경기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일반 관람석에 앉아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으며 끝난 뒤에도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때문에 구단 관계자들도 회장의 관람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농구단 인수 직후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회장 집무실로불러 옆방에 음식을 차려놓고 식사를 함께 하며 격려했으며, 최근 원주 동부가 서울삼성을 상대로 3연승을 기록했을 때도 선수단에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이처럼 농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농구를 통해 조용한 그룹의문화와 스타일에 활력을 불어넣고 각 계열사간 결속과 단합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 회장의 스타일처럼 동부는 각 계열사들도 각각의 사업영역에서 두드러지지 않게 비교적 조용하고 튀지않는 관행을 유지해왔던 것. 그러나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내부적으로 사원들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스포츠가 훌륭한 매개가 될 수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전경련 회장단에 선출된 뒤 회장단 회의에 단 1차례도 빠지지않을 만큼 열성을 보여왔고, 작년부터 최근까지 특히 삼성그룹 출신의 인재를 계속영입하는 등 그동안의 스타일과는 다른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농구단 인수를 계기로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동부그룹이 안정적 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김회장이 이제는 대외 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변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도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룹의 위상과 저력을 제대로 알려나갈 것이며 보험이나 금융계열사도 고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전략을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올해초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세계는 지금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 소프트 시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변화에떠밀려 가거나 끌려가서는 안되며 변화의 선두에서 이를 자율적으로 주도하는 `변화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