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왜 GMO밀 수입중단 못하나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 오리건주의 한 농장에서 재배가 금지된 유전자조작(GMO) 밀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주요 수입국들이 발칵 뒤집혔다. 우리 보건당국 역시 미승인된 GMO밀의 유입을 막기 위해 수입할 때마다 물량을 전수조사하고 업계 재고품에 대해서도 수거ㆍ검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오리건산 밀 수입량이 최근 3년간 171만톤에 달하고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의 3분의1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다.

이번 사태에 임하는 정부의 대응전략은 명확해 보인다. 우선 전수검사를 한 후 GMO밀이 포함됐다는 근거를 확보하면 그때 가서 회수ㆍ반송ㆍ폐기와 같은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추가 조치 여부도 식품안전정책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긴급한 사안은 즉시 조치가 가능하지만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밀은 미국의 거대 농업기업 몬산토에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시범 재배했지만 승인을 못 받은 종자가 알 수 없는 경로로 일반 농지에 흘러들어간 것이었다. 이미 오래 전에 국내에 유통되고 제품으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 농무부 발표 직후 해당 지역의 밀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GMO 곡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선검사 후조치를 고집하는 우리와 대조된다.제분업계가 잠정수입중단에 나섰지만 정부 조치만큼의 효력을 낼지는 의문이다.

곡물을 수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보건당국은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조그만 가능성이 있다면 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고 그것이 존재 의미다. 물론 GMO밀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는다. 수출 타격을 우려해 “아무 이상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미국 정부를 그대로 믿을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 보건당국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입을 중단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