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단식 경영' 털어버린 SK그룹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SK의 경영 효율성 제고는 물론이고 다른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K그룹은 오는 7월1일자로 SK㈜를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ㆍSK네트웍스 등 다른 계열사도 사업자회사로 바뀌고 지주회사가 이들 7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단순화ㆍ투명화하는 것이다. SK의 결정은 그동안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제고 조치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SK는 분식회계와 소버린의 경영권 공격 등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확대, 계열사 독립경영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번 결정으로 계열사 독립경영 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 지주회사 체제는 주식 소유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고 자회사들은 사업을 전담하는 체제로 지금의 우리 여건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바람직한 대안으로 꼽힌다. 투자와 사업의 분리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함으로써 한 회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의 부실로 이어지는 계열사간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SK 결정에 대한 평가는 주가상승이 말해주듯 우호적이다. SK로서는 달라진 경영환경과 시장의 요구에 적극 부응함으로써 선단식 경영의 멍에를 완전히 벗어버리게 됐다. 기업가치와 이미지,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재계 4위인 SK의 조치는 재계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한층 탄력을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 등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 중인 그룹들은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ㆍ현대차그룹도 지배구조 문제를 더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시장의 요구와 감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이런 환경변화를 마냥 모른 체하기는 어렵다. 지배구조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제도보완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SK가 계획보다 빨리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된 것은 자회사 편입요건 완화 등으로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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