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금융회사와 관련기업 임원에 대한 소송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지시를 받는 집행임원에 대해 `이사`로서의 감독 책임을 묻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찬희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8일 예금보험공사가 개최한 `경영자의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정책 심포지엄에서 “최고경영자의 영향권 아래 있는 집행임원에게 의사결정과 감독책임을 동시에 맡기는 것은 `이상`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비현실적 부담에 대해 기업은 등재이사 수를 줄이는 등 편법으로 대응, 책임소재를 더 불명확하게 만들어 이사회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경영자의 권한과 책임은 기업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지나친 사후적 책임 추궁은 기업경영에 불필요한 위험회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너의 경영참여 관행,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간섭 등 우리 고유의 특수성을 감안해 경영 책임 논란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유연한 경영판단의 원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일부 토론자들은 경영자에 대한 책임추궁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김주영 변호사는 “경영책임에 대한 시민단체의 일부 승소가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아직 기업경영에 대한 법적 통제는 강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오히려 법원의 판례는 경영자가 `윗선`에서 내려오는 압력을 주주의 이름으로 거부할 수 있는 근거가 돼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홍복기 연세대학교 법대 교수는 “현재와 같이 단순한 법적논리를 적용한 고액 배상책임 판결은 실현가능성조차 의문시되고 있다”며 “기업지배구조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이사회가 활성화 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미국이나 독일처럼 이사의 책임면제와 책임제한제도 입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