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가 건설경기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극심한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역 건설업체의 일감이 줄고 이는 소비와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등 부진한 건설활동이 지역경제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분양이 적체된 지방 건설사 몇 군데가 줄도산하며 기지개를 켜는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등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최근의 지방경제동향’에 따르면 3ㆍ4분기 지방의 건설수주액은 16조4,280억원으로 지난해 3ㆍ4분기에 비해 17% 감소했다. 2ㆍ4분기에 22조3,6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3%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감소세로 급반전한 것이다. 지난 7월 -14%, 8월 -14.3%, 9월 -20.5% 등 감소폭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다른 건설경기 지표도 온통 빨간불이다. 건축허가면적의 경우 2,827만㎡로 지난해 3ㆍ4분기에 비해 21.5% 줄었다. 7월에 41.4% 급감했다가 8월에 회복세를 보였으나 9월(-30.4%)에는 다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분양 아파트 역시 6월 말 8만8,716가구에서 7월 말 8만9,818가구, 8월 말 9만984가구로 적체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건축착공면적은 2ㆍ4분기 25.8% 증가에서 3ㆍ4분기 10.9%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9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건설경기 부진은 결국 지역 건설업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지고 있다. 충남 예산의 KT건설(시공능력평가 131위)과 인천의 효명건설(321위), 전남 화순의 거림건설(275위)이 13일 한꺼번에 최종 부도 처리됐다. 또 지난주 부도가 난 석호(전남 순천)와 기정건설(부산)을 포함해 이달 들어서만 5개의 중소 건설업체가 무너졌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89개사로, 특히 300위권의 중소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하반기에 집중돼 연말에는 지난해 도산업체 수 106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역내경제와 밀접한 지방 건설경기 부진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신장세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역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의 일감이 줄어들면 자연히 고용이 악화되고 소득도 떨어져 소비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3ㆍ4분기 실업률은 전년동기보다 하락(3.1%→2.9%)했으나 취업자 수가 건설업의 부진으로 증가폭이 축소되고 경제활동참가율도 하락(62.0%→61.9%)하는 등 고용사정은 더 나빠졌다. 지방 건설업 취업자 수는 1ㆍ4분기 4만9,000명 증가에서 2ㆍ4분기에 3만2,000명으로 증가세가 둔화됐고 3ㆍ4분기에는 오히려 2만명이 감소했다. 이 같은 고용사정은 경기회복과 함께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이나 지방 건설경기의 부진 지속으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아울러 광주전라권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가 가전제품 및 유통업체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일부 지역 건설업체의 부도로 하도급업체뿐 아니라 지역 금융기관의 피해도 불가피하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경제자유구역 등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인천경기권도 지역업체의 건설수주 저조로 역내경제에 대한 선순환 효과가 미약한 상황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인천경기, 부산울산, 제주 지역 등의 건설경기는 대규모 건설사업 추진 등에 힘입어 호전될 것으로 보이나 여타 지역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방 건설경기가 썩 좋지 않지만 인위적인 부양책은 오히려 후유증을 낳는다”며 “지역 업종에 맞게 활성화대책을 달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