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전임자 시한폭탄 <3·끝>정부가 나서야 한다 원칙·기준도 없이 법시행만 고집… "노동부, 책임 방기" 질타 쏟아져 국제기준 도입등 적극 의지 필요
입력 2009.09.23 20:12:11수정
2009.09.23 20:12:11
노동부는 노사가 합의를 하건 말건 복수노조ㆍ전임자 조항의 내년 시행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합의를 하면 합의한 대로, 합의를 하지 않으면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사 양측은 모두 노동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질타했다. 경영계의 한 인사는 "노동부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온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까지 말했다.
노사는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또다시 유예할 생각이 없다면 시행 100일을 앞둔 지금 구체적인 정부안을 내놓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모두 반대하는 공익위원안=공익위원안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으로 노조의 자율적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고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대표제를 시행하도록 돼 있다.
노조 전임자 부분은 사용자의 급여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근로자 고충처리 등 노조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는 그 시간만큼 유급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했다. 또 노조의 재정자립을 위해 정부가 종업원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의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영계는 이 가운데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를 강하게 반대한다. 최재황 경총 이사는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은 법에 나와있으며 최소한 이 부분은 전제를 한 뒤 나머지를 얘기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며 "법을 만든 정부가 법을 어기자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정부가 나랏돈으로 노조 재정을 도와주자는 방안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노동계도 공익위원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창구단일화라는 미명 하에 과반수의 단일화된 노조가 아니면 교섭권이 없다고 하는 것은 온전한 노동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타임오프제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는 별개라고 인식하고 있다. 김종각 한노총 정책본부장은 "법률상 노사관계업무를 담당하는 종업원 대표에게 타임오프를 보장하는 것과 노사관계 활동 전임자를 둘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며 노사 자치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상황 이끌어야=공익위원안에 대해서는 극과 극을 달리는 노사가 한목소리를 내는 대목이 있다. 문제가 이렇게 꼬인 데는 노동부 탓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최 이사는 "지금까지 논의과정에서 노동부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도 내놓지 않은 채 노사 합의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시행 준비를 하고 있다는 답변만 하고 있는데 준비한 안이 있으면 빨리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렇게 노사 합의만 강조하며 뒷짐지고 있다가 합의가 안 되면 공익위원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노사에 미루고 국회에 미루다가 결국 노사와 국회 탓을 하며 유예하자고 하는 게 노동부의 방침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박 상무도 "노동부가 최소한의 윤곽만이라도 제시를 해야 그걸 놓고 찬성을 하건 반대를 하건 협상할 것 아니냐"며 "노동부가 준비는 충분히 하고 있다는데 그건 유예를 결정한 3년 전에도 한 소리"라고 말했다.
노동계 역시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 실장은 "13년간 법안이 유예됐다는 것은 이 법이 현실적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그동안 변화된 노사관계 현실과 국제적 기준을 검토해 제도를 재설계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이런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도 없이 법 시행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