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비(WinBee)' 박인비(25ㆍKB금융그룹)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8월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시작되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역사적인 샷을 날린다. 앞서 열린 올해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박인비는 브리티시 오픈까지 우승하면 사상 최초의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란 기간에 상관 없이 4대 메이저 타이틀을 한 차례 이상 따내는 커리어(생애) 그랜드슬램과 달리 한 해 안에 모두 이루는 것이다. 위대한 도전의 무대는 마침 '골프의 고향'인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ㆍ6,672야드)다.
◇전인미답의 경지, 부담감을 이겨라=캘린더 그랜드슬램은 남녀 프로골프를 통틀어 아무도 달성한 적이 없는 대기록이다. 보비 존스(미국)가 1930년 US 오픈, 브리티시 오픈, US 아마추어, 브리티시 아마추어 등 당시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지만 아마추어 대회가 2개 포함돼 있었다. 타이거 우즈(2000~2001년)와 미키 라이트(1961~1962년)가 메이저 4연승을 거둔 일이 있지만 이는 2년에 걸친 것이었다.
역사적인 기록인 만큼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관건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 10승을 포함해 72승을 올리고 은퇴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선수로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해마다 꿈꿨던 목표였다"면서 "2005년 시즌 첫 번째와 두 번째 메이저를 우승한 뒤 주변과 미디어의 기대가 쏠렸다"고 말했다. 세 번째 관문인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에 실패했던 그는 "지금 박인비가 느끼고 있을 압박감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1986년 US 여자오픈을 빼고 나머지 3개 메이저 우승컵을 휩쓴 팻 브래들리(미국)는 "가장 힘든 US 여자오픈을 우승했기 때문에 박인비가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대업을 이룰 운명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골프 성지'의 선택은 또 여제(?)=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기는 2007년 처음으로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 뒤 6년 만이다.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지만 링크스코스 특유의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페어웨이는 굴곡이 있고 볼이 떨어진 뒤 많이 구르기 때문에 깊은 러프나 항아리 벙커에 빠지는 불운도 감수해야 한다. 바닷바람과 변덕스러운 날씨도 인내심을 시험한다.
박인비에게 나쁜 조건은 아니다. LPGA 투어 홈페이지는 박인비가 차분한 태도와 일관된 스윙, 리드미컬한 퍼팅을 갖췄다며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박인비 역시 최근 입국 때 "내 자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코스가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날씨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이곳에서 처음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때 그해 8승을 거두며 호령하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ㆍ은퇴)가 우승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박인비는 30일 "이런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다. 도전에 나서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우승자 신지애(박인비 준우승), 올해 각각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유소연과 김인경 등도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