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것이다.
삼성전자 사장으로서 또한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로서 평가 받았던 그가 어찌하다 장관직을 수락했는지 땅을 치며 후회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이번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자녀들로부터 존경 받는 한 아버지였고, 수 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최고 경영자로서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었다.
그러니 진 장관으로서는 이번 일들이 매우 섭섭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의 생각과 같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를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그는 나름대로 억울함을 해명하고 있지만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한마디로 역부족인 것 같다.
처음에는 아들의 이중 국적에 따른 병역기피 의혹만이 문제가 되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의혹들이 우후죽순처럼 번져가고 있다.
진 장관 아들이 국적상실 이후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삼성전자 부당내부거래 관련 소송연루까지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진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보유는 공직수행의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진 장관이 15년 동안 주민등록 없이 국내 생활을 해오면서 주민세 등 일부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까지 문제되고 있다.
진 장관의 이 같은 일들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조차도 경질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 장관은 이러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를 떠나 공인이 된 이상 도덕적으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관이라는 직책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인사도 있었고, 또 총리로 지명된 한 인사는 자녀의 이중국적에 따른 병역기피의혹으로 국회통과를 하지 못한 전례도 있었다. 따라서 혹자들은 종전 이 같은 전례에 따라 진 장관도 형평성 차원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획일적인 도덕성 잣대에 비춰보면 진 장관은 물러 나야 한다.
그러나 진 장관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세계 초 강국으로 일궈낸 CEO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지식과 외국기업에서 얻은 실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기업으로 평가 받게 한 인물이다.
참여정부도 세계최고의 IT 강국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목적으로 도덕적으로 다소 결함이 있지만 탁월한 경영능력과 전문지식을 갖춘 그를 장관으로 발탁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진 장관의 도덕적인 문제를 삼아 퇴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의 불명예 퇴진 이후 파장들을 우려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만일 진 장관이 조기 불명예 퇴진할 경우 우선 그의 거취가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다.친정 격인 삼성전자에서 다시 일을 할 수 도 있고, 아니면 다른 기업이나 개인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우리와 반도체 경쟁국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일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진 장관의 경영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 될 수 밖에 없어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 진 장관이 외국기업으로 간다면 우리는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외국기업에 근무 할 수 있냐며 국가를 등진 배신자로 몰고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째 던 공직자가 된 이상 진 장관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 지금이라도 진 장관이 한번 더 국민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를 좀 너그럽게 보아 줄 아량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는다면 그는 헌신적인 일을 통해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성장시키는 길만이 보답하는 길임을 잘 알 것이다. 우리 한번 진 장관의 경영철학을 믿어 보는 것이 어떠할지…
<윤종열(사회부장) yjyu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