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후 민자등 유치로 2,3단계 대형화

지주사형태 통합, 노조반발등 부작용 최소화
입찰·펀딩기회도 늘어나 시너지효과 극대화
업무내용 판이…직원 '화학적 결합'이 관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17일 “산업자원부가 이름만 산업자원부였지 그동안 자원확보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질타하며 “한국석유공사를 5배로 키우라”고 지시했다. 석유공사의 총자산은 현재 9조4,130억원. 즉 이를 약 50조원으로 키우라는 지시다. 이렇게 되면 석유공사는 현재 세계 석유기업 순위 100위권에서 50위권으로 껑충 뛰게 된다. 이후 지식경제부 등에서 극비리에 추진해온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의 그림이 드러나고 있다. 핵심은 지주회사 형태를 통한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지주회사 형태로 통합해 자산 21조원 규모의 자원개발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방안이다. ◇왜 지주회사일까=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바로 통합할 경우 직원과 노조의 반발 등 부작용이 큰 반면 지주회사 형태로 묶으면 통합의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주회사로 묶으면 지주회사의 자산은 바로 자회사 자산의 합이 돼 규모의 경제를 노릴 수 있다. 자원개발 기업의 대형화로 해외 자원개발 입찰기회가 크게 늘어나고 펀딩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반면 자회사 형태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독립성을 일정기간 유지할 수 있다. 통합에 따른 반발을 누그러뜨릴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자원개발 지주회사를 한단계 더 대형화시키기 위해서도 지주회사는 유리하다. 현재 석유공사는 정부 지분 100%의 비상장기업, 가스공사는 정부 지분 62%, 민간 지분 38%의 상장기업이지만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로 묶이면 지주회사가 상장되고 자회사들은 상장폐지된다. 자회사의 주식도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된다. 지주회사를 상장하면 연기금 유치, 민간자본 투자유치 등에 훨씬 유리하다. 정부 지분이 크고 정부가 대규모 추가 출자 의사를 밝힌 만큼 정부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자금을 유치할 여지가 많아진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식의 환금성이 커지고 주가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연기금ㆍ민간자본ㆍ일반투자자 자금을 보다 쉽게 유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기업 인수합병(M&A)에도 유리하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쉽게 재편할 수 있는 점도 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이다. 지주회사 형태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묶을 경우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두 공사의 사업구조를 재편할 필요성이 대두하게 된다. 이때 두 기업의 주식 모두를 지주회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업구조 재편이나 통합 등이 용이하다. 한편 지주회사 형태로의 통합은 특별법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모두 각각 석유공사법ㆍ가스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칭 ‘자원개발지주회사 특별법’ 등의 형식으로 통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단계ㆍ3단계 대형화는=정부는 2단계 대형화 방안으로 이 자원개발 지주회사에 정부 출자, 연기금과 민간자본 유치 등을 통해 한단계 더 키운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석유공사 출자를 위해 3,600억원을 배정해놓고 있는데 이밖에도 6,200억원의 유가완충준비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 앞으로 매년 연간 2조원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국민연금 자금도 유치하는 등 연기금과 민간자금의 투자유치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산이 20조원을 넘는 만큼 여러 형태의 자금차입(funding)을 통해 한단계 더 키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어 정부는 강화된 자원개발 지주회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자원개발회사 2~3개를 인수,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세계 50위권의 메이저 석유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문제점은 없나=전문가들은 두 공사를 묶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진정 어려운 것은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과연 양사의 직원들이 기계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양사의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유전개발 탐사와 개발이 주영역, 가스공사는 가스도입과 판매ㆍ유통이 주업무내용이다. 가스공사가 최근 들어 해외 가스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처럼 상류(upstreamㆍ자원의 탐사와 개발)와 하류(downstreamㆍ자원의 가공과 유통)로 성격이 판이한 두 공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통합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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