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임원인사 특징<해설>현대차 그룹, 사상 최대 승진잔치. 현장 우대, 3세 경영 체제 가시화
이번 현대차 그룹 인사의 특징은 한마디로 현장 출신 우대와 '3세 경영체제' 가시화로 요약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게 생산ㆍ수출, 연구개발(R&D) 등 일선 각 부문에서 골고루 승진했다. 또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의선씨는 불과 1년 만에 전무로 한단계 승진, '경영권'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사상 최대 승진잔치=올해 현대차 임원 승진자는 지난 2000년(62명), 2001년(75명)보다 대폭 증가한 109명에 달했다. 최근 기아차 인사에서도 3명이 새로 부사장직에 오르는 등 지난해(28명)보다 32%나 늘어난 37명이 승진했다. 현대모비스도 3명이 전무로 승진, 전무가 1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또 현대차의 경우 부장 이하 직급에서도 259명이 대거 승진, 예년 30%대에 불과했던 승진율이 4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현장 인사 대거 발탁=경영ㆍ재무ㆍ품질관리 등 본사관리 부문보다 생산ㆍ판매ㆍ연구 등 일선 현장에서 대거 승진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부사장이 된 성병호 해외영업본부장, 김상권 연구개발본부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안주수 울산 엔진변속기 공장장을 전무로 올려 아산공장장에 임명하고 윤여익 울산1공장장과 이문희 2공장장도 전무로, 김경한 4공장장은 상무로, 윤경수 5공장장은 이사로 한단계씩 진급시키는 등 주요 5개 공장의 공장장을 승진 발령했다.
기아차에서는 전명헌 해외영업본부장, 전천수 광주공장장, 김재만 소하리 연구소장이 부사장으로 영전했고 김성환 AS사업부장은 전무가 됐다. 상무로 승진한 곽동창 화성1공장장, 김동빈 경기남부지역본부장, 박상근 해외서비스실장, 제철 부산지역본부장 등도 현장맨들이다. 현대모비스도 정형모 구매본부장, 이여성 해외영업본부장, 최정식 기술연구소장이 전무로 올라섰다.
정의선전무 2년연속 승진…요직돌며 경영수업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상무가 2000년 이사, 2001년 상무, 올해 전무로 해마다 한단계씩 승진함에 따라 현대가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동양에서 자식이나 아내 자랑을 하는 사람은 팔불출"이라면서도 "활동력이나 사고에서 자꾸 세대차가 나는 게 사실이고 외국에도 40대 사장이 많다"고 언급, 경영권 승계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정 전무는 입사 후 구매실장과 AS총괄본부 부본부장, 영업지원사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돌며 경영수업을 쌓고 있으며 이번 내수판매를 총괄하는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으로 옮긴 것도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정 회장이 올해 세계박람회 유치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본부장(부사장급) 직책을 맡아 경영핵심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받은 뒤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근무하다 99년 말 현대차에 입사했다.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