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겨울은 유리대롱 속에서 붉게 타고 있다
황원교 지음, "나는 박제이지만 자유인이다"
"유리함 속의 박제같은 처지로 살지만 시작(詩作)을 통해 자유의 푸른 하늘로 더 높게, 더 멀리 날고 싶었다."
시인 황원교는 최근 5년간 쓴 시를 묶어 펴낸 '겨울은 유리대롱 속에서 붉게 타고 있다'의 서문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전신마비 상태로 고초를 겪는 등 지난 12년간 극도의 고난 속에서도 어떻게 삶의 자유를 추구해왔는지를 이처럼 술회한다.
그는 시를 통해 자유를 얻었을까.
"사람들은 외로울 때 진짜 자기가 된다/ 그래서 난 억지로 외로움에서 발버둥치지 않는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패러독스' 전문)
그렇다. 외로움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아픔이지만, 자기 자신을 깊숙히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박제가 되어버린 쥐라기의 개미처럼/ 지상의 날이 추울수록/ 불길이 타오르는 방마다 씨앗들이 움을 틔우고/ 빙하 속의 뜨거운 불꽃이 보인다/ 겨울은 유리대롱 속에서 붉게 타고있다." ('겨울은.' 부분)
황원교의 시는 역설이다. 외로움 속에서 자아가 발현되고, 빙하의 저온을 뚫고 불꽃이 타오른다. 그래서 삶은 고난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