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정책입안 및 결정 과정의 미숙성은 출범이후 줄곧 지적돼 온 바이지만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중첩되고 있어 우려를 갖게 한다. 최근 들어 판교신도시 학원단지 조성, 출자총액제한제, 이라크 전투병 파병, 위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건립, 사패산관통도로건설사업 등 굵직한 국정현안 모두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사안의 경우 이해당사자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지체되기도 하지만 관련부처의 미숙한 대응과 해당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정책의 혼선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판교신도시 학원단지 조성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을 보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판교 학원단지`와 관련한 해프닝은 어처구니가 없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고서야 처음 알았다”며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음을 강조했지만 즉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육부 관리의 업무태만과 장관의 업무장악력에 대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부처간 정책조율이 이렇게 엉성하고, 해당부처 장관이 현안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누가 정부 정책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위도에 대통령 별장을 짓겠다는 것도 성숙되지 않은 정책검토 사안이 섣불리 발표돼 혼선을 더욱 부채질하는 비근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출자총액제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벌인 `힘겨루기`는 또다른 정책혼선 사례다. 부처간 마찰은 일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게 되고 추후 정책이행과정에서 발목을 잡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부처가 24일 이례적으로 `합동보도자료`를 통해 의견을 같이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최근들어 부처간 협조가 잘 안되니 청와대와 대통령이 나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데 이런 일이 계속되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책임총리제의 원칙에도 저촉된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가 `사견(私見)`을 불쑥불쑥 뱉어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참여정부 들어 정책입안과 국정운영에서 빚어지고 있는 난맥상은 시스템의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가 중첩되어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입안 과정을 다시 점검해 공직사회의 무책임ㆍ무소신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단호한 인사권 행사를 통해 공직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