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4월 14억유로 무역흑자

유로화 약세·中등 수요 증가 힘입어… 당분간 흑자 기조 지속
스페인·그리스등은 적자폭 확대


유로존의 무역 흑자가 올 들어 가파른 유로화 가치 하락, 미국과 중국 등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내에서도 스페인ㆍ포르투갈ㆍ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늘어남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이 지난 3월만 해도 2,600만 유로의 무역적자를 냈으나 4월에는 13억9,680만유로(계절조정)의 흑자로 돌아섰다"며 "당분간 무역흑자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유로존의 4월 교역량은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 따른 항공대란 등으로 전월보다 감소했다. 수출은 전월에 비해 2.4%, 수입은 3.5% 줄었다. 유로존의 4월 수출 실적은 1,220억유로에 달해 지난 1ㆍ4분기의 평균치(1,1162억유로)를 웃돌았다. 이 같은 수출 증가세는 무역흑자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유로존의 4월 무역흑자는 지난 1분기 평균치(10억9,000만유로)보다 3억 유로 이상 많은 것이다. 국가별로는 독일이 지난 1분기 376억유로에 이어 4월에도 134억유로의 무역흑자를 거두며 유로존의 무역수지 개선을 이끌었다. IHS 글로벌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최대 수출국가인 독일은 지금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이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데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빠른 회복세를 바탕으로 매우 유리한 교역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로존이 예상보다 일찍 환율하락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WSJ은 "대체로 환율이 5%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5%포인트 정도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는 보통 최대 2년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고 전했다. 유로화가 그리스발(發) 재정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아처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은 불과 6개월여만에 유로화 약세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기업들은 유로화가 더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독일 철강업체 SMS의 하인리히 바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로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절대적 기준으로는) 아직도 낮은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WSJ은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환율수준도 높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로당) 1.1~1.5달러를 적정 환율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 15일 1.2311달러에 거래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이런 무역흑자가 남의 집 얘기일 뿐이다. 스페인(122억유로)ㆍ그리스(71억유로)ㆍ포르투갈(47억유로)의 경우 지난 1분기에 모두 대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이들 국가의 수출 의존도가 GDP의 6~15% 정도로 독일(GDP 대비 33%)에 비해 아주낮은데다 산업기반도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ING은행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포르투갈과 그리스가 유로약세의 혜택을 가장 못 받았다"며 "이러한 격차는 국가별로 상이한 (전체 경제에서의) 교역 비중과 경제구조 등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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