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채무를 일정 부분 탕감받고 나머지 빚을조금씩 갚아나가는 법원의 개인회생제가 시행된 지 1년만에 2만여명의 채무자가 빚의 늪에서 구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작년 9월23일 시행된 개인회생제 외에 채무를 완전히 탕감해주는 개인파산신청도 꾸준히 늘고 있어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이 채무자나 신용불량자에게 새 삶의빛을 주는 제도로서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신청서나 변제계획안 작성 등 혼자 힘으로는 서류작업이 쉽지 않은데다변호사 등 대리인을 쓸 경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 이용절차나 법률서비스 등 제반사항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개인회생 증가세…개인파산 폭증 =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작년 9월 132건에불과했으나 11월 3천541건으로 3천건을 돌파했고 올 5월 4004건으로 늘어난 후 6월4천135건, 7월 4천221건, 8월 4천299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개인회생 총 신청건수는 3만8천828건이었으며 이중 2만433명이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았고 8천987명에 대해서는 변제계획 인가까지 났다.
개인회생 개시결정이 이뤄지면 대부분 변제계획 인가까지 받는다는 점에서 1년새 2만명이 넘는 채무자가 개인회생 덕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더미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법원별로는 서울중앙지법이 6천941건으로 신청건수가 가장 많았고 수원지법 4천953건, 대구지법 4천621건, 부산지법 4천532건, 대전지법 2천819건 순이었다.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2000년 329건, 2001년 672건, 2002년 1천335건, 2003년 3천856건, 2004년 1만2천373건으로 최근 크게 늘어났으며 올 들어서는 8월까지 2만71명이 신청해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 7월에는 3천47명이 신청해 월간 신청건수 기준에서 처음으로 3천명을 넘어섰다.
올들어 법원별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서울중앙지법이 9천349건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수원지법 2천400건, 대구지법 1천690건, 인천지법 1천52건, 의정부지법 1천319건 등 순이었다.
작년 이후 개인파산을 신청해 파산선고를 받은 이들은 모두 2만2천542명이었으며 채무변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면책결정까지 받은 채무자들은 모두 1만3천1명이었다.
특히 파산선고자 중 면책이 이뤄지는 비율인 면책허가율은 2000년 57.5%로 절반가량에 불과했으나 2001년 67.8%, 2002년 77.3%, 2003년 89.5%로 꾸준히 늘어났다 2004년 97.6%로 대부분의 파산선고자들이 채무의 늪에서 구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면책허가율의 증가는 채무자에게 면책을 통해 정상생활로 복귀시키는 것이 국가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법관도 면책허가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 제도정착까지 넘을 산 많아 = 개인회생과 개인파산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들 제도가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신용불량자 해소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초 법원이 개인회생제의 경우 월 1만건 가량의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기대했고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개인 워크아웃에 월 1만5천∼2만명이 신청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가 본격 정착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복잡한 신청서류 작성절차와 높은 비용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개인 워크아웃은 신청비용 5만원만 내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안까지 마련해주지만 개인회생 절차는 신청서와 변제계획안을 직접 작성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이 작성하기에는 쉽지 않을 만큼 복잡한 작업이라는 것.
하는 수 없이 개인회생 신청자는 변호사나 법무사 등 대리인을 써야할 경우가많지만 수수료가 100만∼200만원에 달해 이들 제도가 오히려 변호사업계의 배를 불리면서 채무자를 두 번 울린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들어 법원 주변에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신청자를 노린 브로커가 극성을부리고 심지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대리인을 알선해 준 후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있어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한 무료 법률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한두 달 정도면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을 수 있지만여타 법원에서는 몇 달이 지나도 개시결정조차 내려지지 않아 신청자의 애를 태운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법관의 증원과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과 보조인력 증원은 법원 입장에서도 현안으로서 해소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은 시행 초기여서 좀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제도정착을 위한 다양한 보완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