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 뉴욕·런던 등 글로벌 메가시티 부동산에 돈 몰린다

각국 양적완화로 갈 곳없는 자금 잇따라 유입
뉴욕 트로피타워 26억弗 매각 등 가격 천정부지
런던 주거용 부동산가치 2조2,000억弗로 껑충
리스크 큰 지역에 투자 늘어 거품 우려도 커져


미국의 대형 부동산업체인 SL그린리얼티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의 트로피타워를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사들였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팔린 단일 건물로는 사상 최고가다.

뉴욕과 영국 런던 등 글로벌 메가시티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로 시중에 돈을 대량으로 풀고 있는데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갈 곳을 못 찾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시장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1·4분기 미국 부동산 거래 규모는 1,290억 달러로 1·4분기 기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택 거래 건수는 1만1,216건으로 전년 대비 8% 늘어났다.

특히 뉴욕 맨해튼 지역의 콘도 거래가 전년대비 11% 증가하는 등 뉴욕이 미국 부동산 시장을 이끌고 있다. 뉴욕시부동산위원회(REBNY)에 따르면 올 1·4분기 뉴욕 부동산의 평균 가격은 234만4,000달러에 달해 전년대비 28% 상승했다. 맨해튼에는 1억달러가 넘는 초고가 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월 맨해튼 중심부인 57번가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 원57 펜트하우스는 1억47만 달러에 팔리며 맨해튼 지역 고급 콘도 거래 사상 최고 매매가를 기록했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업체인 스트릿이지의 앨런 라이트 필드 애널리스트는 "현재 뉴욕은 맨해튼의 고급 콘도 시장을 중심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주거용 부동산 뿐이 아니다. 미국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 자금이 미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면서 창고와 고층빌딩 등 모든 부동산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글로벌 환율 급변동과 세계적인 저금리도 글로벌 자금을 맨해튼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영국의 수도인 런던 부동산 시장도 뜨겁다. 특히 런던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 5년간 큰 폭으로 성장하며 막대한 규모로 부풀어 올랐다. 올해 초 부동산컨설팅업체 사빌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의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모두 합친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지난해 2조2,000억달러(약 2,450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브라질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런던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손꼽히는 웨스트민스터 자치구와 켄징턴·첼시 지역의 주거용 부동산 가치만 해도 총 3,45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 35위 경제국인 덴마크의 GDP보다도 많은 것이다. 지속되는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투자 붐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부자들이 런던 고급 주택 매입에 뛰어들면서 영국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2009년 이래 5년 간 1조5,000억달러나 뛰어올랐다고 CNN머니는 설명했다.

호주에서도 양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 주택시장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드니의 경우 지난해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3% 올랐으며 2011년 이후로는 약 50% 급등한 상태다. 현재 단독주택 가격은 대부분은 100만 호주달러(8억5,000만원)가 넘는다. 역사상 최저 수준인 호주의 기준금리가 부동산에 과도한 투자를 부르고 있는데다가 중국인 등 외국인 투자가 급증해 부동산 가격이 임금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부동산 자산 가치가 치솟으면서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5년 연속 전년 대비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MSCI 자료를 인용해 글로벌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2014년 9.9%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시장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글로벌 주가 평균 수익률이 10.4%였던데 반해 부동산 관련주의 수익률은 두 배 가량 높은 19.5%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부동산 시장 고공행진은 버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피터 홉스 MSCI 리서치 이사는 "부동산에 자본이 몰린 것은 채권 금리가 이례적으로 떨어지면서 인위적으로 달아오른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의 부동산 투자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뀌면서 리스크가 큰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정점에서 이 같은 투자 행태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규제당국 책임자가 시드니와 멜버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거품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의 그렉 메드크래프트 위원장은 "거품이 끝나고 나서야 거품 상태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시드니와 멜버른 부동산 시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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