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오피스텔 '호시절' 끝나나

이자수익이 임대수익 앞지르자 시장 급랭
투자자들 '블루칩' 잠실·판교 상가도 외면
"은행 고금리 정책으로 침체 당분간 지속"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이모(38)씨는 최근 경기 분당에서 오피스텔을 구입하려다 계약을 포기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7%를 웃돌면서 임대수익보다 안정적 이자수익을 노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가 매입하려던 오피스텔의 현재 시세는 1억5,000만원으로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을 제외한 1억4,000만원으로 연 96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니 연간 수익률은 6.85%선. 취득ㆍ등록세와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6.5%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는 “수익률 6.5%에 마음이 혹했지만 은행 이자가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오피스텔 임대가 제때 이뤄질지도 알 수 없고 매매가 역시 오를 조짐이 보이지 않아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수익형 부동산시장=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오피스텔ㆍ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차갑게 가라앉고 있다. 이자수익률이 임대수익률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자의 마음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며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투자를 포기하거나 손해를 보면서라도 오피스텔ㆍ상가 등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뛰어난 입지로 관심을 끌었던 잠실 재건축 단지 내 상가들의 경우 저조한 분양 성적으로 시장에 실망감만 던져줬다. 판교 주공단지 내 상가들 역시 지난달 첫 입찰에서 32개 점포 중 10개가 유찰되는 등 군불 지피기에 실패했다. 9월 전매제한을 앞두고 인기를 모았던 오피스텔 역시 청약경쟁률은 높지만 막상 실제 계약률은 낮아 ‘속 빈 강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탄에서 오피스텔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A사의 한 관계자는 “청약경쟁률이 3대1을 넘어서는 등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막상 계약이 안 돼 전체 물량의 반도 못 팔았다”며 “투자자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까지 침체…전략 다시 짜라=이러한 수익형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 자체가 꽁꽁 얼어붙은데다 고금리 현상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PB팀장은 “시중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고 있으며 정부 역시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당장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부동산 경기 또한 하강 사이클에 있어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려운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당장은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어났지만 내년 하반기 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며 “역세권 등 수요가 많은 곳을 미리 선점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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