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외국 투자자의 일본 국채 매입이 확연히 줄고 있다.
일본증권거래인협회(JSDA) 최신 집계에 의하면 외국 펀드는 지난달 순규모 2,844억 엔(약 2조 7,000억원)의 초장기 일본 국채를 매각했다고 블룸버그가 22일 전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런 투매는 3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이 지난 3개월 12베이시스포인트(1bp=0.01%)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만기의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은 각각 40bp와 90bp 뛴 상황에서 이뤄졌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그만큼 시세가 떨어진다는 뜻이며 이는 저가 매수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안전 자산인 채권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위험 자산인 주식 등으로 이동한다.
SMBC 닛코 증권의 도쿄 소재 다케야마 소우이치 금리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일본 국채에 대한 외국 투자자 수요가 지난 몇 달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미국과 유럽 국채 금리가 상승해 일본 국채의 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외국 투자자의 일본 국채) 매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이런 추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1분기만 해도 외국 투자자의 일본 국채 매입이 기록적으로 증가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는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주 인플레 목표치 달성을 거듭 낙관하면서 추가 완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시사하자 일본 국채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UBS 그룹의 도쿄 소재 이카와 유스케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일본 국채에서 자금이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호 증권의 수에히로 도루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외국 투자자가 일본 국채 초 장기물에서 중단기 물로 옮겨타는 것도 유사시 손실을 줄이려는 헤지 기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투자자가 오랫동안 일본 국채 장기물을 선호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2개월 투매로 선회한 것은 새로운 투자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이달에 실물경제학자 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가장 많은 13명이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