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매매보다는 장기매매를 주로 합니다. 추세가 이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판단되면 좀처럼 포지션을 바꾸지 않죠. 하지만 아니다 싶을 땐 과감히 손을 텁니다.” 손실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높은 수익을 올린다고 해서 ‘압구정동 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은 윤강로 KR투자 대표. 별명만 들어서는 단타 매매를 일삼을 것 같지만 그는 매매를 자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시세 변동을 좇는 데 급급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과 달리 한번 방향을 잡으면 며칠이고 버티는 게 기본이다. 선물시장의 ‘장기투자자’인 셈이다. ‘압구정동 미꾸라지’ ‘제도권에 진입한 선물 재야고수’ 등 숱한 별명을 얻고 있는 윤 대표는 선물시장에서는 7~8년 전부터 이름이 알려진 1세대 파생 트레이더다. “제가 나서봤자 개인투자자에게 도움될 일이 없다”면서 대외접촉을 꺼리던 윤 대표는 지난 3일 그의 사무실에서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앉자 뜻밖에도 소탈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선물 투자로 가장 많은 돈을 벌었고 또 그만큼 많이 잃었다”며 스스로를 ‘투자자’가 아닌 ‘투기꾼’으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제가 지금까지 선물 투자로 번 돈이 2,500억원, 잃은 돈이 2,000억원입니다. 이 정도면 투자가 아닌 투기죠. 하루 최대 7,000계약까지 오버나이트(선물 계약을 체결한 후 청산하지 않고 다음날까지 포지션을 넘기는 것) 한 적도 있으니까요.” 선물 7,000계약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4일 코스피200 6월물 종가인 119.7포인트를 기준으로 ‘119.7(지수)X7,000(계약 수)X50만원(계약당 가격)’을 계산하면 무려 4,189억원이 나온다. 선물가격이 1포인트 움직일 때 오가는 돈만 35억원이다. 소위 말하는 ‘포지션 트레이딩’이 그의 주 매매기법. 추세를 꾸준히 살핀 뒤 방향성에 대한 판단이 서면 매매에 나선다고. “변동성이 큰 선물시장에서 포지션을 오래 가져가는 것이 불안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제가 남들에 비해 심장이 크다고 하더라구요”라며 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윤 대표는 또 “금연과 절주 등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만 험난한 파생상품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6년 전에 담배를 끊었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오후10시30분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4시30분에 눈을 뜨는 생활도 몸에 뱄다. 이런 원칙 때문에 ‘목포 세발낙지’ ‘홍콩 물고기’ ‘일산 가물치’ 등 숱한 선물시장 고수들이 하나 둘 사라진 지금도 ‘압구정동 미꾸라지’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봅니다. 환율ㆍ유가 등의 악재도 있지만 올해 주식시장은 1,000포인트를 넘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되면서 주식ㆍ선물시장 모두 오름세를 보일 것입니다. ” 올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그이지만 “선물시장 펀더멘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선물시장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기초적인 내용도 모르면서 큰 돈을 벌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말린다”고 말했다. “파생시장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위험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전체 자산의 3분의1 수준만 손실위험이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개인에게 선물투자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실명을 공개하게 됐다는 윤 대표는 “트레이더에게는 ‘기’가 중요한데 얼굴이 알려지면 기가 빠져나간다”며 사진 게재를 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