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車를 말하다]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 "내년 A3모델로 중저가시장 공략"출퇴근때 아우디 운전대 잡고 손·발맛 직접 느껴"디젤 고급차 시장 석권도 자신" 승부사 기질 물씬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아우디의 필(feel)을 직접 체험해보세요.” A8 6.0 12실린더의 운전석에 앉은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손에 쥔 소년 같았다. 수입차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도 골수 자동차 마니아로 통하는 그는 기자와의 동승인터뷰 내내 친구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자랑하는 소년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고 해박한 자동차 지식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대부분 운전을 운전기사에게 맡기는데 아우디의 진가는 직접 운전대를 잡아봐야 느낄 수 있다”며 “운전석에 앉았을 때 손끝과 발끝으로 전해지는 아우디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과 럭셔리한 승차감을 놓치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출퇴근 때마다 운전을 하며 아우디의 ‘손맛’과 ‘발맛’을 직접 느낀다고 한다. 차가 어느새 강남 삼성로 4차선에 접어들었다. 미사리 쪽으로 가려면 U턴을 해야 하는 상황. 차들로 가득찬 삼성로에서 U턴지역까지 거리는 50m 정도에 불과했다. 힐 사장은 기자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운전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변경하고 차선을 바꾸기 시작했다. A8 6.0 12실린더는 육중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을 드러냈다. 차선을 하나씩 바꾸면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이 녀석은 튀어나갈 듯한 몸짓으로 금세 U턴지역에 도달했다. 힐 사장은 “A8 6.0 12실린더는 다이내믹ㆍ리프트ㆍ컴포트ㆍ오토모빌 등 도로사정에 따라 운전모드를 조절할 수 있다”며 “특히 본사 공장에서 각 국가별 도로사정에 맞게 서스펜션시스템을 튜닝하기 때문에 최적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승차감 덕에 A8 6.0 12실린더의 주요 고객은 CEOㆍ변호사ㆍ건축가 등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힐 사장은 올해 3월 아우디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그 이전에는 독일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근무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근무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역동적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에 해당 국가에서 일했다는 것. 독일에서 근무할 때는 동서독이 통일되던 시기였고 중국에서는 시장개방 바람이 불어닥칠 때였다. 또한 직전 근무지였던 남아공에서는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치열했던 흑백대결이 새로운 국면을 맞던 때였다. 그는 “본사가 나에게 한국시장을 맡긴 것은 이곳의 역동적인 변화에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격논란, 중저가시장 확대, 디젤수요 증가 등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시장환경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힐 사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중저가 시장이다. 그는 “한국의 중저가 시장 확대추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내년께 중저가 모델인 A3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아우디는 등급별로 모든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해당 제품들은 각 제품군에서도 모두 프리미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우디는 89년에 세계 최초로 터보 직분사 디젤엔진을 승용차에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디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유럽시장의 경우 디젤 차량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넘을 정도이기 때문에 한국에도 디젤 차량을 공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힐 사장은 경쟁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에 대한 경계심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올해 세계적인 내구성 경주대회인 르망24에서 아우디의 디젤엔진 장착모델이 우승을 차지했다”며 “세계적인 품질력을 인정받은 만큼 한국의 디젤 고급차 시장을 석권할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기회가 있다면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이보 마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과 꼭 골프를 치고 싶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90대 초반의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두 사장 모두 긴장해야 할 법하다. 힐 사장의 골프실력은 핸디 10을 자랑한다. 동승 인터뷰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는 기자에게 힐 사장은 “웰컴 투 아우디 패밀리(Welcome to Audi family)”라며 악수를 청했다. 아우디의 ‘feel’을 함께 느꼈으니 이제 아우디의 가족이라는 것이다. 소년 같은 천진함과 승부사적 기질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의 매력이 물씬 풍겨졌다. 입력시간 : 2007/07/17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