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지식축적에 달렸다/선준영 주제네바대표부대사(신년기고)
입력 1997.01.07 00:00:00
수정
1997.01.07 00:00:00
지난 12월 중순께 제네바소재 유엔 무역개발기구(UNCTAD)의 루벤스 리쿠페로 사무총장은 필자에게 한국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을 축하하면서, 이것은 과거 30여년 동안 한국이 걸어온, 선진국을 향한 뼈아픈 개발 여로의 종착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의 OECD 가입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커다란 성취이고, 한국의 발전사상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OECD의 3대 기본원칙인 인권존중, 다원적 민주주의 및 자유시장 경제의 요건을 충족하여 한국이 세계 29개국의 선진국대열에 서서 21세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소수의 선발된 국가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시각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한 30여년만에 한국이 그러한 세계적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은 마땅히 축하를 받을 만하다.○OECD가입 특권
국민소득 1만달러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 바이올린 및 성악 등 세계적 음악인의 배출, 올림픽과 월드컵의 개최국, 자유 민주주의의 쟁취 및 전직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 지구상에서 어딜가든지 볼 수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 또한 세계적 애용식품으로 등장한 김치. 이러한 것들이 한국을 세계적인 국가로 등장시키고, OECD 회원의 긍지를 한국인에게 안겨준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OECD 가입은 종착역이 아니고 시발점인 것이다. 특권과 번영 이면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앞으로 이러한 책임을 어떻게 국내외적으로 이행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다. 이제는 우리가 개도국임을 핑계로 실수가 있더라도 잘 봐 달라는 이야기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다른 선진국들과 동일한 조건하에서 경쟁과 협조를 해 나가야 할 판이다. 이들과 경쟁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는 배전의 노력과 땀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사고를 전환해야하고, 물질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탈물질주의 쪽으로 가치관의 본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자기 만족에 빠져 또다른 차원의 도약 기회를 놓친다면, 다가오는 21세기에서 세계의 주역이 되기는 커녕, 우리가 현재까지 성취해 놓은 것을 지키는 것 조차도 어렵게 될 것이다.
○지식 21C 경제 핵심
21세기에서는 질적, 양적인 면에서 세계화 과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점점 더 통합을 이루어가면서 상호 작용을 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국경을 초월하여 투자, 생산, 유통, 자본 및 기술의 이동이 연결되는 세계적 차원의 경제활동의 양상을 보일 것이다. 내국민 대우를 바탕으로한 무한 경쟁의 세계 무대위에서 비교 우위를 기초로 한 적자생존적 경쟁이 승패를 가르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규범과 투명성이 존중되는 경쟁터가 될 것이므로, 규범의 위반이 있는 경우 그만큼 제재도 강화될 것이다.
결국 21세기는 지식, 정보가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되고, 따라서 이들이 기업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 작년 12월 싱가포르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레나토 루지에로 WTO 사무총장은 『21세기 경제에 있어서는 지식이 물과 같이 긴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그러한 지식을 어떻게 취득하고 축적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도전인 것이다.
정축년은 선진 한국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신임과 존경, 환영을 받는 국민으로 탈바꿈하려면 과연 어떠한 가치관의 추구가 긴요할 것인가.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사 속에서 한국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도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우리와 세계가 보는 우리간의 간격을 메우는 것이 정부, 기업, 단체, 개인 등 모든 한국인에게 새롭게 주어진 과제인 것이다. 선진국 국민으로서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투명성, 정직성 및 상대방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부정 부패를 제거하고, 공정한 거래, 경쟁 및 대인관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OECD나 WTO 차원에서 정부조달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투명성은 결국 부패방지를 의미한다. 정직성 또한 중요하며, 투명성과 직결되어 있다. 정직성에 높은 우선 순위를 두는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부정부패 근절돼야
특히 국민의 이해 관계를 다루는 공인의 입장에서는 비정직성이 노정되면 즉각 그 직위에서 물러나는 풍토 조성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각 인간 개체가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존중의 의식이 국내외를 불구하고, 공과 사를 불문하고, 모든 대인 활동 속에 흘러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와 번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21세기를 바라 보면서 선진국으로서의 가치관을 새롭게 설정하고, 국익 추구와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 추구를 합치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지식의 축적은 수단임과 동시에 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