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새 천년을 앞두고 지자체마다 중복된 행사를 기획하는 곳이 많아 지역주민들로부터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의 이같은 행사 남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중앙정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반의 중론(衆論)이다.대구시에서는 어제(1일)부터 달구벌축제와 섬유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해외 바이어 등 600여명의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호텔객실이 동이 났다.
대구시내에는 26개 호텔에 1,700여개의 객실이 있지만 외국인이 묵을 수있는 호텔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행사를 위해 대구시가 확보한 객실은 350실에 불과, 소동이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대구시는 2001년 1만여명의 참가가 예상되는 아·태 국제청년회의를 비롯, 2002년 월드컵 축구 등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들을 잇따라 유치해 놓고 있다. 비단 대구시 뿐만이 아니라 월드컵을 유치해 놓은 전국의 모든 도시들이 서울을 제외하고선 숙박시설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는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지자체가 밀레니엄 행사와 관련, 계획중인 행사는 광역·기초단체 포함, 총 170개로 여기에만 1,304억6,00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이 가운데 지자체는 총 예산의 14.9%에 달하는 193억7,400만원만 자체예산으로 확보해 놓았을 뿐, 나머지 1,110억8,600만원(85.1%)은 국고나 광역단체에 보조금지급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들 행사에는 이벤트성이나 1회성이 적지않으며 중복행사도 많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본에는 각 지역마다 마쓰리(祭り)라는 독특한 축제가 있다. 마쓰리는 그 지방 고유의 전래문화를 포용해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 즐기는 행사다. 오래전부터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이 마쓰리는 이제는 일본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서 자리매김 했다.
해마다 5월초 3일간 계속되는 도쿄(東京) 아사쿠사(淺草)의 산자 마쓰리에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지방에도 산자 마쓰리와 같은 유명한 축제가 많다.
이벤트성이나 「행사를 위한 행사」는 지양돼야 한다. 행사가 실패로 돌아갈 때, 피해는 결국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방에 따라서는 일본의 마쓰리 같은 축제가 있으나 규모로서는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 전 지역주민이 참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개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