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처리, 국민경제 감안 선처해야
현대차그룹 비자금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정몽구 회장, 정의선 사장 부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굳히고 수위조절에 들어갔다. 검찰은 둘 중 한명은 구속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현대차나 우리 경제가 처한 사정 등을 감안할 때 불구속 수사 등 선처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경제정의를 바로세운다는 점에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현대차가 이미 잘못을 인정, 반성하고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도 없는 만큼 불구속 수사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ㆍ4분기 성적표에서 나타났듯이 경제는 고유가ㆍ고환율ㆍ고금리 등 3중고에 짓눌려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더 악화됐으면 됐지 당분간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대차의 경영차질은 하청업체는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현대차는 지난 한달간의 수사로 엄청난 경영차질을 빚었다. 해외공장의 잇단 착공지연으로 글로벌 생산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 이미지 실추로 해외딜러(현지판매법인)들이 동요해 판매도 부진해지고 있다. 한달간의 경영차질이 이 정도인데 그룹의 중요 사항을 결정해야 하는 오너가 구속될 경우 그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게 분명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자금 수사로 현대차그룹은 대외 이미지 추락과 판매부진으로 2010년 글로벌 톱5 꿈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대차 비리를 지켜본 국민들의 눈은 결코 곱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경영차질을 걱정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현실이 절박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와 국가경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검찰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검찰은 경제5단체장을 비롯한 재계는 물론 하청업체, 심지어 노동조합ㆍ스포츠ㆍ지방단체까지 나서 구속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탄원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를 깊이 새겨야 한다. 지난해 강정구 교수 사건을 계기로 검찰 스스로 확립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
입력시간 : 2006/04/26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