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로 거론되는 바른손이 소액공모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투자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른손은 지난 해 12월16일 9억9,000만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 해 12월21일 청약을 실시해 100% 자금 납입이 완료됐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적인 소액공모 방식의 BW 발행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우선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발행방식이다. 통상 사모방식으로 BW 등을 발행할 경우는 1년 동안 신주인수권 행사가 금지된다. 반면 공모의 경우 1개월 뒤면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또 공모라도 10억원 이상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승인을 얻어야 해 절차가 복잡하다. 하지만 바른손의 경우 발행 규모를 10억원 이내로 설정해 이 같은 규제를 절묘하게 피해갔다
실제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올 1월21일이 되자마자 바로 주가 차익을 노린 권리행사가 시작된 상태다. 바른손은 1월31일 신주인수권 행사로 2월13일 77만3,420주가 상장된다고 공시했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주당 1,280원으로 이날 주가(7,820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BW를 사들인 사람들은 불과 2개월이 채 안돼 510%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청약절차에서도 의심스러운 대목이 엿보인다. 바른손은 한 사람이 청약할 수 있는 최소금액을 1,000만원(최고 한도는 9억9,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청약 기간도 지난 해 12월21일 단 하루에 이뤄졌다. 그것도 5시간 뿐이었고 장소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에 있는 바른손 본점 한 곳뿐이었다. 이 때문에 높은 청약금액과 한정된 시간ㆍ장소 등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해 미리 청약 대상을 정해놓고 BW 발행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자는 “공모로 BW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에 나설 때는 청약단위를 낮게 잡거나 기간도 이틀 정도 주고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청약 장소를 마련하는 게 보통”이라며 “하지만 청약 최소 단위가 1,000만원으로 높고 청약에 참여할 장소나 시간이 한정됐다는 점에서 청약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짜고 치는 고스톱’식의 소액공모가 아닌지 의심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기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BW 발행을 결정한 때는 바른손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근무한 법무법인의 고객회사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꼽혀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다. 지난 해 12월1일만 해도 1,09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청약이 이뤄진 같은 달 21일에는 1,955원으로 이미 79% 가량 오른 상태였다. 올 들어서도 정치 테마주의 급등 열풍에 힘입어 지난 8일 1만8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록 그 이후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이날 7,820원까지 떨어졌지만 BW 행사(행사가격 1,280원)를 통해 주당 6,540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액공모로 BW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에 나설 때에는 미리 인수 주체를 정해 놓고 발행하는 사례가 다반사”라며 “특히 소액공모로 주식형 사채를 발행할 경우 주가가 급등한 시기에 BW를 발행해 바로 권리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