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교과서지질 고급화사업 논란

「교육의 질인가. 환경인가.」교육부가 이해찬 전임 장관 재임시절 「제7차 교육과정 개편안」에서 제시했던 교과서 지질 고급화사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서 용지로 쓰고있는 중질지(하급지)를 상질지(고급지)로 바꿔 외형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 그러나 이는 시대적 관심사인 「환경」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상질지는 인쇄가 잘되고 습기에 잘 견딘다는 점에서 우수하긴 하지만 비용과 재생률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중질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다이옥신파동」등 환경이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환경친화적 교과서」를 주장하고 나선 곳은 신문용지 생산업체. 종이생산의 특성상 중질지는 신문용지 생산과정에서 나오고 상질지는 인쇄용지 업체가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에 따라 신문용지업체와 인쇄용지 업체간 희비도 엇갈리게 되어 있다. 교과서개선 정책=교육부는 지난 3월 교과서의 질과 내용을 「확」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제7차 교육과정 개정에 맞춰 지난 20여년간 초·중·고교용 교과서 제작에 쓰이던 누런 종이를 하얗게 바꾸고 일제시대에 건너와 교과서 크기로 굳어진 「국판」도 없애겠다는 내용이었다. 질좋은 종이는 질높은 교육의 필요조건=교육부가 교과서의 종이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한마디로 『인쇄효과를 높여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인다』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집에서는 고급종이로 만들어진 동화책을 보던 아이들이 종이질이 턱없이 떨어지고 교과서를 보면 공부하고 싶겠는가』라는 말로 지질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교육현장의 교사들도 이 점에는 동감하고 있다. 서울교대 부속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 사이에서 교과서는 불량품처럼 인식돼 왔었다』며 『책이 달라지면 책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생각도 달라진다』고 지질개선을 반겼다. 질도 좋지만 환경도 생각해야=교과서 용지를 중질지에서 상질지에 가깝게 바꾸겠다는 교육부의 생각속에는 「환경」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원료에서 중질지가 훨씬 환경친화적이라는 주장이다. 중질지에 사용되는 원료는 기계펄프로 나무 한그루를 100으로 볼때 90%이상이 펄프가 된다. 반면 상질지나 아트지는 화학펄프로 수율이 50%에도 채 못미친다는 것이다. 중질지를 쓰게 되면 지구상의 나무를 그만큼 적게 잘라도 된다는 뜻이다. 일본정부가 지난 1월 환경교육을 목적으로 99년부터 사용하는 1억2,000여만권의 교과서에 재생지를 사용키로 한 것도 이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일본은 고지 사용비율도 30%에서부터 차츰 늘려가기로 했다. 비용도 문제다=지종이 고급화되면 구매비용은 1.5배 가량 높아진다. 초등학생용 교과서는 국민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만큼 국민부담이 는다. 중고등학교는 각 가정이 직접 돈을 내야 한다. 교과서가 좋아지면 부교재도 이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부교재 구입비용도 올라갈 것이다. 교과서 시장 규모=국내 교과서 시장규모는 총 5만6,420톤 가량이다. 이가운데 4만3,220톤이 중질·서적지가 차지하는 부분이며 나머지는 백상·아트지(인쇄용지)다. 교과서와 관련 부교재 출판은 국정·대한·이종이 삼분해왔으나 지난해 11월 대한이 국정을 인수해 교과서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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