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
|
새 금융통화위 '코드 금리' 논란
환율 급락·고유가에 '인상 카드' 포기
경기 상황은 인상요인 컸지만 결국엔 "동결"대통령 환율관련 발언 따른 '코드 금리' 논란6월 인상 가능성속 '정책 失機' 비판도 일어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1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이 11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끝내고 난 후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에는 금리인상의 요인들로 가득했다. ▦민간소비의 회복세와 설비투자 증가 ▦경기회복과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잠재 및 부동산 가격 오름세 지속 ▦유동성 사정이 원활하고 금융기관 여신의 큰 폭 증가 등 긴축의 요인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그러나 결론은 콜금리 동결이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취임 이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회의 후 발언은 확연히 바뀌었다.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을 2~3차례에 걸쳐 반복했다. 그는 "6개월 전, 3개월 전 생각했던 환경과 지금은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환경 변화'는 무엇을 뜻할까. 사실 작금의 돌발 변수만 제외하면 금리를 못 올릴 이유는 없었다. 체감경기가 다소 악화되는 등 성장둔화 가능성이 엿보였지만 전체 경기는 확장기조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총재의 지적처럼 환율 급락과 고유가 지속이라는 돌발 변수가 '환경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930원 아래로 폭락하고 유가가 치솟으면서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환율급락은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한은 금통위가 콜금리 동결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환율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부터 금리인상은 물 건너갔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통위원들이 환율을 고리로 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일찌감치 나돌기도 했었다. 심지어 "통화정책에서까지 '코드 금리'가 나타났다"는 말도 나왔다. 결국 이 신임 총재가 취임 이후 세 차례나 콜금리를 동결하자 "이성태 총재는 원래 매파 아니었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었다.
환율급락과 고유가의 폭풍 속에서 경기가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콜금리 동결'이라는 한은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성장률이 그나마 괜찮을 때 올리지 못해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때 콜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줄었다"고 꼬집었다. 경기를 최대한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7~8월이면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번이야말로 금리를 올릴 적기였다는 것이다.
물론 6월이 콜금리 인상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환율이 달러당 920원선만 지켜주고 수출 기업들이 어느 정도 버텨준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위해서라도 6월에 전격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 총재는 "통화 정책의 기본 방향은 유효하다"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입력시간 : 2006/05/11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