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해외 '망명정부설'에 군부 촉각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태국에서 해외 망명정부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8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레드셔츠’ 운동가인 짜끄라폽 까이 전 총리실 장관은 최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외 쿠데타 반대 운동을 이끌기 위한 조직을 해외에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짜끄라폽 전 장관은 군정 반대 운동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해외에 관리조직을 만들겠다며, 이를 굳이 망명정부라고 명명하지 않고 망명조직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최근 외국을 자주 방문했으며, 쿠데타 후 해외로 피신한 전 집권 푸어 타이당의 핵심 지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은 채 인근 국가에서 이 조직을 가동해 국내외 쿠데타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국제사회가 군정에 퇴진 압력을 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짜끄라폽 전 장관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달 22일 쿠데타 직후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가 해외 망명정부 수립을 검토 중이라고 탁신 전 총리의 법률 고문인 로버트 암스테르담 변호사가 말한 데 뒤이어 나온 것이다.

암스테르담 변호사는 군부 정권은 위헌이므로, 해외 망명정부가 태국 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망명정부 활동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태국 내부에서조차 아직 망명정부에 대한 지지 여론이 뚜렷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데다 인근 국가들이 망명정부나 쿠데타 반대운동을 주도할 조직을 허용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탁신 전 총리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자국 내 태국 망명정부 수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그는 “캄보디아 헌법은 항구적 중립, 비동맹을 규정하고 있다”며 자신과 가까운 탁신 전 총리라 할지라도 캄보디아에서 그 같은 활동을 할 수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와 함께 방콕포스트는 탁신 전 총리조차 해외 망명정부 수립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망명정부 수립에 대한 지지 여론이 강하지 않고, 그가 망명정부를 지지할 경우 일가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각종 명목으로 군부로부터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군정 당국은 짜끄라폽 전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유 애 태국주재 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캄보디아가 쿠데타 반대 운동을 지원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유 애 대사는 캄보디아가 외국 정치 운동의 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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