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과 환경보전

지난해 9월 독일의 헤어쵸크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호텔 방에 비치된 수건을 하루에 두 장 이상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절약의 주된 목적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없던 시절에는 살아 남기 위한 방법으로 아껴 썼고, 경제가 성장해서 좀 살만할 때쯤 되어서는 재산 형성의 수단으로 절약을 했으며, 이제 풍요로운 사회가 되니까 환경보전을 위하여 절약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상 유례없는 대량 소비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상의 유한한 자원을 지나치게 낭비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소음, 악취 등 각종 공해, 그리고 쓰고 남은 쓰레기는 또 다른 공해물질로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훼손 문제로 직결된다. 때문에 우리 후손에게 쾌적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절약해야 한다는 명제가 성립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 것」이 아니면 모두 「남의 것」이고, 남의 것은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는 사고 방식이 우리사회에 팽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중 목욕탕에서 수건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두 장, 세 장 마구 쓸 뿐만 아니라, 쓰지 않는 물도 계속 틀어 놓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 것」 이란 개념을 하루속히 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원의 벤치는 우리의 세금으로 설치한 「우리의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함부로 사용하거나 훼손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나아가 2세에 대한 환경교육도 철저히 해야한다. 유치원을 경영하는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환경교육을 위해서 재생지를 원아들에게 나누어주면 곧바로 영악(?)한 젊은 엄마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온다고 했다. 『왜 비싼 돈 받고 싸구려 학용품을 주느냐』는 것이다. 독일 대통령의 체재비는 초청국인 우리나라에서 전액을 부담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건뿐만 아니라 사흘동안 묵으면서, 비치용 세면도구와 화장품을 쓴 흔적이 없고, 미니 바에는 손도 대지 않았으며 단 한번의 룸서비스도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환경문제는 이미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 「우리의 것」이 되었다. 즉 우리가 다같이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인류 공동의 과제인 것이다. 하루속히 「남의 것」과 「우리의 것」도 같이 아낄 줄 아는 시민정신이 확립되어야 쾌적한 환경을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안공혁 현대투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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