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준 석화협회장 "11년이나 담합은 불가능" 반발

"유화업체가 소비자에 실제 피해줬는지 따져 과징금 매겨야"


허원준 석유화학공업협회장(한화석유화학 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화학제품 가격담합 과징금 결정에 대해 “11년간 담합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허 회장은 1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화학산업 특성상 11년이면 (호ㆍ불황의) 사이클이 두번가량 지나간다”며 “없어서 못 팔던 때가 있었는데 공급과잉 때문에 11년 연속 상시적으로 가격담합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담합조사건으로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은 사죄드린다”면서도 “수입이 자유화돼 있고 공급사가 7, 8개인데다 1,000톤 이상 구매하는 100여 기업들이 더 싸게 사려는 상황에서 담합은 이뤄질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 회장은 그러나 “업체들이 11년 동안 (가격협의차) 모임을 가진 적은 있다”며 “하지만 모임 뒤에 (담합) 실천을 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은 기업 속성상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화사들이 가격담합을 위해 모인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 피해를 줬는지는 철저히 따져 합리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 허 회장은 이어 “(공정위가) 지난해 11월께 과징금이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언론에 흘려 공정위 전원회의 때 (위원들이) 미리 예단하게 한 것은 잘못한 일”이라며 “아직 결정 내용을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고 공정위의 업무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회원사들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호남석유화학 등 일부 유화사들이 리니언시(자신신고기업 감면) 제도를 이용해 과징금과 형사고발을 피한 데 대해 허 회장은 “만약 담합을 했다면 가장 주도적으로 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많이 준 업체가 과징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건 정의가 아니다”며 “(이보다 매출이 훨씬 적은) 다른 기업들만 과징금을 잔뜩 부과받은 것은 가치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허 회장은 중동 지역의 설비 증설로 인해 오는 2008년 또는 2009년께 공급과잉으로 국내 유화업계의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올해 유화업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수준인 7.1%와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유화사들이 함께 원료수급을 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하는 등 상생협력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향후 협회 사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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