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이 31일 발표할 금융개혁안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전권을 부여해 앞으로 있을 모기지 구제금융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FRB가 최근 파산 위기에 빠진 베어스턴스에 30억달러를 지원하고, 모기지 채권 딜러들에게 미국 국채(TB)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의 중앙은행 역할을 넘어섰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는 FRB가 금리 조정 기능 이외에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최소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풀어보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연방정부가 경매 처분 위기에 놓인 주택 소유자들에게 더 큰 구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재무부 금융개혁안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아울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부른 미국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지금 이 시점에서 수술할 필요도 있다. 단순히 감독 규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틀을 180%로 전면 개편하는 대대적인 작업이다. 지금의 감독 규정은 19세기 남북전쟁과 20세기 초 대공황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이번 개혁안은 거의 100여년 만의 대수술인 셈이다. 미 재무부가 금융감독 시스템에 메스를 가하기로 한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과거에 제정된 허술한 규제의 틀만으로는 월가에 반복되는 금융 위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비롯된다. 21세기 들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금융 공학이 만든 파생상품은 금융거래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월가의 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가공할 만한 재앙으로 다가왔다. 특히 투자은행과 헤지펀드ㆍ사모펀드 등 제2 금융권은 상업 은행에 비해 금융거래의 위험도가 더 큰 반면 규제와 감독은 덜 받아 부실을 더 키우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를 확산시켰다. 미 금융당국이 규제와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에 착수함에 따라 시장자유화의 원칙 속에 눈덩이처럼 성장해온 뉴욕 월가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가 마련한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의 키워드는 규제 강화와 감독기관 통합이다. 규제 강화는 중앙은행인 FR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금융기관의 재무구조는 물론 여ㆍ수신 동향 등 금융 거래 내역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 FRB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게 재무부의 구상이다. FRB는 상업은행에 대해 재할인창구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대신 직접적인 감독권을 행사하지만 대출을 받지 못하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ㆍ사모펀드의 경우 실질적인 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베어스턴스의 두 개 헤지펀드가 파산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의 전주곡을 울렸지만 미 금융당국은 서브프라임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했던 것도 제2금융권에 대한 허술한 감독체계에서 비롯된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은행에 요구하는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과 같은 건전성 장치가 없으며 감독 당국에 금융거래 현황 및 손익조차도 보고할 의무를 지지 않고 있다. 이들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야만 시장에서 뒤늦게 위기신호를 감지할 뿐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통합하는 방안은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좀 더 면밀히 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감독기관의 통합을 통해 시장 리스크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재무부의 금융개혁안이 완성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선을 앞두고 미 의회가 이를 수용할지도 의문이며 민주당과 공화당의 생각이 제 각각이다. 공화당은 규제 강화에 관심이 없는 반면 민주당은 좀 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바니 프랭크 하원금융서비스위원장은 지난해 말 투자은행에도 상업은행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강력한 규제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재무부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 “이번 개편안이 연내에 통과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11월 대선 이후에 정치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