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 5년간의 소득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일본인 기술자를 영입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미소를 짓는 반면 기술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는 일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은퇴 후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거주하는 단카이 세대는 광둥성 둥관에서만도 2,800여명에 달한다. 현재 은퇴를 앞둔 단카이 세대가 684만명에 달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1970~1980년대 제조업 부흥을 이끌었던 기술자들이어서 앞으로도 중국 엑소더스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일본을 떠나는 것은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0세까지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의무화했지만 연금지급 개시는 65세부터다. 5년간 돈 한푼 벌지 못하고 통장만 축내느니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한평생 쌓아온 전문성을 계속 발휘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욕구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글로벌 기업보다 기술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 기업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기술력을 사들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일본인 기술자를 영입할 경우 저렴하게 선진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 새니헤비, 자동차 제조업체 길리 등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입을 모아 "일본인 기술자를 영입해 기술 노하우를 전수 받으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은퇴 기술자까지 가세한 중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의 올해 1·4분기 첨단 기계·가전 제품 수출액은 2,530억달러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9.1%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기술유출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일본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의 쓰즈키바시 사토시 산업·기술 부문 이사는 "과거 일본이 미국의 기술을 가져왔던 방식 그대로 중국에 당하고 있다"면서 "일본 기술계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