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뜨고 금 떨어진다] 유가 배럴당 19.6달러

『뜨는 석유, 가라앉는 금』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석유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금값은 계속되는 악재로 20년만의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석유는 지난해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로 이어지는 경제위기로 수요가 감소하고 석유 재고와 생산이 수요를 상회, 저가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의 실천에 나서면서 오름세로 반전됐다. 8월 인도분 텍사스산 중질유는 9일 배럴당 19.69달러에 마감, 작년 12월(배럴당 10.60달러)에서 거의 2배 가까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올 겨울에는 최근 10여년 내 최악의 석유 파동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까지 나와 유가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E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성장과 아시아 경제의 회복세가 계속되면 세계 석유 수요량이 3·4분기에 1.84%, 4·4분기에는 2.3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가 계속 유지될 경우 3·4분기에는 생산량이 161만배럴까지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감산량은 이례적인 것으로 만약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사상 최대의 분기 재고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IEA는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경우 4·4분기 국제시장에서의 석유 부족량은 지난 87년 겨울과 같은 수준인 하루 324만 배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은 최근 영국 중앙은행의 금 25톤 매각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9일 빈국들에 대한 부채탕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금을 매각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은 온스당 250달러대에 거래되는 등 20년만의 최저치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IMF는 이날 보유금 매각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는 9월말 연례회의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7개국(G7)은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IMF가 보유한 260억달러 상당의 금 가운데 10%를 매각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이러한 제안은 금 생산국과 미 의회내 일부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금 매각으로 국제 금값이 떨어지면 채무탕감의 대상이 되는 등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음주 유럽에 사절단을 보내 금 매각 철회를 설득할 예정이다. IMF에 적대적인 입장인 공화당도 IMF가 금을 매각할 경우 그 대금은 제공국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며 빈국들에 대한 채무탕감 재원은 세계은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제 자금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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