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10년 넘게 사용하거나 자식에게 물려주지는 않지요. 이제 단말기의 소유가치보다 사용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야 이동통신 불법 보조금 논란이 사라질 수 있어요."
최신폰 렌털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이용구(47·사진) 상임이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소유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빌려 쓰는 쪽으로 시장이 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신소비자협은 현재 이동통신사들에 최신폰 렌털사업을 타진하고 있다. 통신소비자협이 모집한 수천명 이상의 조합원·일반인 가입자에게 출고가의 반값 수준으로 단말기를 2년 이상 빌려주는 단일 이통사업자와 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이사는 "이동통신 유통·판매점에 뿌려지는 판매장려금이 사실상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조금을 렌털 비용으로 돌린다면 반값은 물론 무료 대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4월 발족한 통신소비자협 조합원은 현재 4,000여명 정도. 지난해 초 이동통신비를 월 기본료 3,300원 수준으로 다운시킨다며 가입자를 모집해 주목을 받았고 알뜰폰을 적극 알리기도 했다.
이 이사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직후 벌어진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은 이미 시장에서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말기 가격이 시장경쟁이 아닌 통신사·제조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데 문제가 있다"며 "통신소비자 불만이 이처럼 들끓은 적이 없었던 만큼 단통법 시행과 아이폰6 대란이 향후 통신시장을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소비자협은 올해 7월 중국산 샤오미폰을 공동구매했다. 소비자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키고 다양한 중저가 스마폰이 국내에서 통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에 알리기 위해서다. 이 이사는 "삼성전자·LG전자가 레드오션인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곧 국익"이라며 "왜곡된 통신시장을 바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단말기 렌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 초기에는 가입가정에 설치되는 유선모뎀 비용도 받았지만 현재는 인터넷 사용료만 받고 있다"며 "무선통신도 소비자가 단말기를 빌려 쓰고 통신비용만 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말기 렌털이 국내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제조업체들이 더욱 다양하게 제품군을 확대시킬 수 있고 통신업체들은 고부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는 2000년대 초반 온라인에서 어학기기를 유통시키며 유명세를 탄 온라인 쇼핑몰 1세대다. 그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소비자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후 당시 경실련과 손잡고 아파트값 내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정보기술(IT) 활용능력이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들이 지식정보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도 통신시장은 개선돼야 한다"며 "유통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