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ㆍ신건 등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직원들과 공모해 사회 현안이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유명 정치인 및 경제인 등의 휴대폰을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기부ㆍ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6일 김은성(구속) 전 국정원 차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구체적인 도청 사례를 적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관계자 진술 등 여러 증거를 토대로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이 김은성 전 차장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이들을 차례로 출석시켜 정치권 등에 대한 불법감청 등을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캐물은 뒤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차장 공소장에 국정원이 지난 2000~2001년에 유선중계망 감청장비인 R-2를 이용해 불법감청한 사례 7건을 기재했다. 국정원은 96년 디지털 휴대폰이 상용화하기 시작하면서 휴대폰 도청을 위해 98~99년 R2 6세트를 개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은성씨는 2001년 4월 김윤환 민국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간의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의 정책연합’ 관련 통화내용을 도청하고 권력형 비리사건인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인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 및 관련 인물들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2001년 여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통화내용을 감청하고 같은 해 9월 자민련 이모 의원과 자민련 관계자간에 ‘임동원 통일원 장관 해임안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과 관련한 통화내용을 불법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