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긴급조치 1·9호 이어 4호도 ‘위헌’ 판결

“국민 기본권 침해”…피해자 재심·형사보상 청구 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1·9호에 이어 4호도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과거 긴급조치 4호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나 유족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 및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북한 체제를 찬양·고무하고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1·4호 및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추영현(83)씨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이므로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어 대법원은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됐다 하더라도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무죄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이 경우에는 면소를 할 수 없고 무죄 선고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추씨는 1974년 북한 실생활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한 혐의(긴급조치 1호 위반)와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4호 위반)로 기소됐다.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한 혐의(구 반공법 위반)도 추가됐다.

대법원이 긴급조치 4호에 대해 위헌·무효를 선언하면서 과거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나 유족은 다른 재심사유에 대한 증명 없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 및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소 판결을 받은 이들도 무죄 판결을 받았어야 했기 때문에 형사보상 청구가 가능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지난 4월에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각각 위헌 판결한 바 있다.

1974년 1월 선포된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비방과 유언비어 날조·유포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고 4호는 민청학련 등 단체 가입 및 관련 활동을 금하며 위반시 영장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해 비상군법회의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19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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