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한국 기업 당혹시킨 괴물 본색

한국 중소기업까지 겨눈 특허공룡 IBM 칼날
반도체사에 라이선스 요구
거부 땐 경고장·소송 예고



초비상… 한국 기업 당혹시킨 괴물 본색
한국 중소기업까지 겨눈 특허공룡 IBM 칼날반도체사에 라이선스 요구거부 땐 경고장·소송 예고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세계 최대 특허기업인 미국 IBM이 국내 중소ㆍ중견 기업들에게 특허료를 요구하는 전화와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IBM이 중소ㆍ중견 업체에 까지 특허 관련 공세를 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애플이나 노키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했던 IBM의 특허전략이 공격적으로 방향을 튼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관련기사 14면

7일 국내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IBM은 올들어 국내 중소ㆍ중견 기업에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IBM이 보유한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특허료)를 요구했다. 한 중소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입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IBM으로부터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며 "다행히 우리 회사는 관련 특허가 없지만, 다른 업체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IBM으로부터 특허 리스트와 함께 라이선스를 하라는 메일을 받았다"며 "우리가 어떤 특허를 침해했는지 명확히 적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선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경고장과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영업이익율이 5% 안팎에 불과한 중소업체에게 로열티를 달라는 것은 밑지고 장사하라는 것과 같다"고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특허공룡 IBM이 중소ㆍ중견 기업에게까지 공격적으로 특허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특허 등록ㆍ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로열티 등 특허료 수입은 급감하고 매출까지 줄면서 마지노선에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IBM의 특허료 수입은 2008년 5억1,400만 달러에서 2011년 2억1,100만 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매출도 2011년까지 소폭 증가세가 이어지다가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심충섭 지해특허 대표변리사는 "IBM 처럼 특허가 많은 곳은 R&D 비용 중 특허 관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실제 연구개발비가 계속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IBM도 특허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국 특허 출원 건수를 줄이고 돈 되는 특허만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특허청은 2011년 특허 유지비용을 30%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50%를 인상할 방침이어서 특허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IBM이 지금까지 유지해 온 특허 다출원 전략에 대한 수정과 반도체 이외 다른 업종에서도 공격적 라이선스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심 변리사는 "IBM은 지난 1993년 이후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미국 최다 특허 취득 건수를 유지하면서 6만7,000건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는 등 특허 유지 등에 매년 수 천억 원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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